등잔밑이 어둡디다?!

모르는 존재.

by 하히호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지금의 나를 말하는 것 같다.

어느새 나에게
내가 잘 모르는 존재가 생겼다.

그 이름은
‘현재의 나’다.

결혼 전의 나는
일상이든 연애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생각에 잠기고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집중하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의 나는
많은 부모들처럼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핑계로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

...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상황 때문이라기보다
관심의 방향이었다.

상황이 이래서가 아니라
내 관심은 오로지 아이들이었고
그것이 더 만족스러웠던
나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후회가 없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나를 조금 더 알아보려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나는
여전히 결혼 전의 나에서
시간이 멈춰 있으니까.

요즘의 나는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요즘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요즘의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요즘의 나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마치 데생 시간에
석고상을 그릴 때처럼.

큰 외곽 스케치부터
여러 번 깔아 들어가는 명암,
하이라이트와 포인트,
마지막의
각자의 개성이 살아나는
생 선(生 線)까지.

이렇게 차근차근
새로운 나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리고 발견한
요즘의 나.

여전히 아이들과 있을 때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

내 것을 위한 물욕은
여전히 낮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나다.

하지만
새로운 발견도 있었다.

나는
나만의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미술과 디자인에도
다시 관심이 간다.

그리고
나만의 일을 향한 목표가
생각보다 커져 있었다.

겉으로는 티도 안 나는
자잘한 일상 속에서

이미
내 안의 야망은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야망녀로
다시 태어나려는 듯
꿈틀거린다.

조금 웃기지만 사실이다.

어쩌면 이것은
곧 올지도 모르는
‘어미 둥지병’을 대비하는
엄마인 나의 준비일지도 모르고,

남편 앞에서
괜히 한 번 어깨 펴보려는
'개인의 나'의 시동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등잔 밑이 어두운
나 찾기를 하고 있다.

나를 잠시 쉬게 했던 시간이 있었던 만큼
모터는 아직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데생의 큰 외곽을 나누는
스케치 준비 단계다.

여러 번 명암을 단단히 깔 듯
연료첨가제를 넣고
몇 번 더 돌려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의 나는
하이라이트와 포인트를 찾아가며
완성에 가까워지는 그림처럼,
언젠가
모터가 뜨겁게 돌아가는 나를 목표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오롯이 내 것으로 완성되는
나만의 개성 있는 생선으로
마무리하여 쌩쌩 달릴 것이다.

이제
시작의 연필심을 갈고
시동의 첫걸음인 키를 꽂아보자.




아직 면허는 없지만
내게는 차가 두 대 있다.


아이들을 위해 달리는 나.


그리고


나를 찾기 위해 달리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