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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ug 30. 2023

슬픔과 좌절감 속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무너져가는 공교육 속에서 다시 교사로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자판을 몇 번이나 두드렸다가 다시 지우고를 반복했다. 지금의 이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7월부터 8월 방학 기간 동안 참 학교 현장을 두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온갖 말들이 오갔다. 그런 말들 속에서 교사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발령받은 후 12년 만에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많은 선생님들이 교사로서 살아가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의 친한 교사 선후배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하면 이직하고 싶단 말이 너무나 많이 들렸다. 나는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교직이라는 일이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슬펐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교직에서 그렇게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펐다.


그런 마음으로 개학을 앞두고 학교에 출근하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울렁거리고 불안하게 두근거렸다. 괴롭고 어려웠던 신규 교사 시절을 지나온 이후론 느껴보지 못했던 불안감이 다시금 나를 찾아와 괴롭혔다. 수업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수업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그런 불안감은 개학하고 현실로 돌아온 후 조금씩 사라져 갔다.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다시금 방학 전의 패턴으로 조금씩 돌아왔고, 나의 몸과 마음도 현실에 천천히 적응하면서 현실감을 찾아갔다. 나의 걱정과 불안과는 달리 1학기와 다름없이 나를 맞이해 주는 아이들 덕분에 교사로서의 나를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완전히 다 사라지지 않은 불안감이 존재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여전히 나는 좋은 학생, 좋은 부모님들을 만나는 행운에 기대어 정년까지 연명하는 교사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사가 되더라도 자연재해처럼 예상치 못하게 닥치는 악성 민원을 만나게 된다면 스러져 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너무나도 많이 봐 왔다. 나조차도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희망하고 간절하게 목소리를 높여본다. 교사로서 우리가 단지 좋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는 행운만을 기대해야 하는 입장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떠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도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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