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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ug 19. 2023

협동

누구와 함께 하더라도 협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

  4학년 도덕 4단원에선 협동을 배운다. 코로나 때문에 특별히 정해진 모둠 없이 개별적으로 수업을 듣던 차에 협동을 위해 모둠을 구성해야만 했다.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길 했다. 


 "모둠은 임의로 구성할 겁니다. 선생님은 평소 같은 반 구성원이라면 누구와 함께 하더라도 협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면 좀 더 협동이 잘 이루어질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평소 친하지 않던 친구와 함께 하더라도 보통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회에 나가면 기존에 친하지 않았던 사람과도 함께 협동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기니, 그를 위한 연습이라 생각해 주세요."

  이유를 길게 설명하였다. 대신에 모둠장을 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들은 모둠의 장이 되어 협동을 더 잘 이끌 수 있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모둠장을 희망하는 아이들이 4명만 나와도 다행이겠지 생각했다. 이렇게 대표로 나서는 것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을 뒤엎고 20명 중 6명이나 자발적으로 모둠장을 희망했다. 그 모습을 보고 무언가 잘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희망적인 기분을 안고 모둠장을 희망한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썼다. 그런 뒤 발표도우미를 이용해서 임의로 모둠을 구성했다. 그 후 우리 반에서 협동이 필요한 일들을 찾아 나누어보았다. 교실 청소, 복도 청소, 전시물 정리, 학교 운동장 청소 등으로 나눈 뒤 모둠별로 희망하는 일들을 나누었다. 준비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협동을 시작하라고 했다.

  아이들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하며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내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은 서로 불평불만 내뱉지 않고 각자 맡은 일들을 잘해나갔다. 한두 명 불평하는 친구가 있기도 했고, 조금은 조용해서 살짝 소외되는 친구도 있긴 했지만, 그런 아이들도 어찌 되었든 자기가 맡은 일을 해냈고, 모둠원들도 그 아이들을 싫다고 배척하지 않고 잘 대해주었다. 운동장으로 나간 두 모둠의 아이들은 쓰레기봉투에 담배꽁초를 포함한 쓰레기를 한가득 주워왔고, 교실과 복도를 맡은 아이들은 먼지 하나 없는 교실과 복도를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의 작품은 가지런하게 전시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협동을 끝낸 후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10년째 되어 가는데, 오늘 여러분들의 모습이 그 10년 중 가장 협동이 잘 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역시나 복임에 틀림없다. 협동 수업을 하면서 한 번 더 나의 복에, 나의 학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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