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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ug 16. 2023

어른들은 왜 그러는 거죠?

부끄러운 어른이 되진 말자.

  4학년 2학기 9단원에선 문학 작품에 현실이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그중에서도 어른들이 아이들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시가 나오는데, 그 시를 공부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들의 입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술술 쏟아져 나온다.

  "어른들은 우리한테 무단횡단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들은 다 무단횡단 하던데요? 왜 그런 거죠?"

  "우리한텐 스마트폰 만지지 말라 그러고 제한시간 두면서 어른들은 늘 폰만 만져요."

  "어른들은 늘 우리에게 욕을 쓰지 말라고 늘 이야기하는데 길 가다가 보면 욕 쓰는 어른들이 너무나 많아요."

  "우리 엄마 아빠는 저를 혼낼 때도 욕을 써요."

  "학원을 4~5개씩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친구를 봤는데, 그 부모님은 왜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시험을 치면 꼭 다른 친구랑 성적을 비교해요. 그게 너무나 싫어요."

  "동생이나 형제랑 비교하면서 자꾸 우리를 무시해요. 우리 마음을 너무나 몰라줘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왜 어른들은 우리에게는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자기들은 마음대로 하는 것인가?

    둘째, 우리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은 채 늘 말이나 행동을 막 하는 것인가?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어른들이 우리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던 경험 발표하기 순서를 진행했는데 방송 프로그램 중 '안녕하세요.' 랑 비슷하게 사연을 말하고 공감 표를 눌러서 많은 표를 얻는 사연을 뽑는 방식으로 수업을 해보았다. 아이들 각각의 사연에 다 나름의 논리와 이야기가 있어서 듣고 있는 아이들도 눈을 반짝거리면서 말하는 친구들 이야기에 집중을 하였다. 그중 1등을 한 사연은 너무나도 슬픈 사연이었는데 다음과 같았다.

  "시험을 치고 오면 늘 공부를 못했다고 발로 차거나 쌍욕을 하고 매로 두들겨 맞았어요."

  우리 반에서 가장 작은 여자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 이야기에 아이들이 오히려 격분해서 신고를 해주겠다는 둥 막 난리가 났다. 다행히 

   "그래도 4학년 들어와서는 성적 가지고 혼내고 때리진 않게 되었고 많이 좋아졌어요."

란 말에 아이들이 한시름 놓고 공감을 해 준다. 다행이라고.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하려다가 문득 어떤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 어른들의 마음도 궁금해요. 왜 어른들은 저런 행동을 하는 건가요?"

  그러게 말이다. 왜 어른들은 너희들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억지로 학원에 보내고, 왜 어른들은 너희들은 못하게 하는 걸 자기들은 마음대로 하고, 왜 어른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과 말을 하며 너희들 앞에서 명령하고 있는 걸까. 어른들이 지키지 않는 것들을 아이들에게는 가르치려 들고,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드는데 그걸 아이들이 진심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할까? 어른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데, 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조금이라도 노력하려 할까?

  말문이 턱 막혔다가 어물쩍 둘러대며 넘어갔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부끄러운 우리 어른들의 민낯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른들이 지키지 않는 도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 우리 세대의 부끄러운 어른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지금의 아이들이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을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인가…….

어른들이 공감해주지 않는 것이 다 너희를 위해서라고, 너희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서 깊이 생각해서 하는 거라고 변명해야 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너희가 어른이 되면 너희보다 어린아이들의 욕구를 잘 경청해 주고 채워주는, 마음을 공감해 주는 어른이 되기를, 그리고 너희들의 아이들에게 잘해주라고 말해줬어야 하는 것이었을까. 결국 답은 나오지 않았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적어도 나만큼은, 이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남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서 또 하나를 배운다.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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