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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Sep 25. 2023

수업이 일상에 스며들기를

주먹야구와 족구를 하며


요즘 5학년 아이들과는 주먹야구를, 6학년 아이들과는 족구를 수업에서 하고 있다. 몇몇 열정적인 아이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점심시간에 나에게 찾아와서는 연습하고 싶으니 공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러면 나는 못 이기는 척 창고 문을 열어서는 아이들이 달라는 공을 빌려준다.

5학년 아이들은 티볼 공을 빌려가서는 열심히 주고받는 연습을 했다. 오늘부터 기능 연습을 끝내고 팀별로 경기를 시켰더니 더욱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그냥 공을 치고 던지고 받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려나. 그러자 6학년들도 질세라 나에게 와서는 족구 연습을 하겠다고 공을 빌려갔다. 아직 경기를 제대로 배워서 한 적이 없어서인지 자기들끼리 와서 족구 경기를 하는데 발로 하기 힘드니 손으로 공을 치고 막 난리가 났다. 족구인지 배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정체불명의 족구를 자기들 나름대로 애쓰면서 하는데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웃긴 지 자기들끼리 좋다고 막 까르르 웃고 쓰러진다. 규칙이 엉망이면 어떤가. 족구인데 손으로 막 치고 하면 또 어떤가. 그냥 이렇게 아이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배운 걸 나름 어떻게든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체육 수업을 할 때 늘 나는 작은 소망 하나만 갖고 수업에 임한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 삶에 스며들어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더 움직이고, 더 즐겁고,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전문적인 기능을 익히기보다는 배우고 경험하면서 느낀 체육 활동의 즐거움이 삶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옆에 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나에게

"쟤네들 나중에 족구 다 배우면 점심시간에 와서 족구만 하겠다고 난리겠는걸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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