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야구와 족구를 하며
요즘 5학년 아이들과는 주먹야구를, 6학년 아이들과는 족구를 수업에서 하고 있다. 몇몇 열정적인 아이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점심시간에 나에게 찾아와서는 연습하고 싶으니 공을 빌려달라고 아우성친다. 그러면 나는 못 이기는 척 창고 문을 열어서는 아이들이 달라는 공을 빌려준다.
5학년 아이들은 티볼 공을 빌려가서는 열심히 주고받는 연습을 했다. 오늘부터 기능 연습을 끝내고 팀별로 경기를 시켰더니 더욱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했다. 그냥 공을 치고 던지고 받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것이려나. 그러자 6학년들도 질세라 나에게 와서는 족구 연습을 하겠다고 공을 빌려갔다. 아직 경기를 제대로 배워서 한 적이 없어서인지 자기들끼리 와서 족구 경기를 하는데 발로 하기 힘드니 손으로 공을 치고 막 난리가 났다. 족구인지 배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정체불명의 족구를 자기들 나름대로 애쓰면서 하는데 그러면서도 뭐가 그렇게 웃긴 지 자기들끼리 좋다고 막 까르르 웃고 쓰러진다. 규칙이 엉망이면 어떤가. 족구인데 손으로 막 치고 하면 또 어떤가. 그냥 이렇게 아이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배운 걸 나름 어떻게든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체육 수업을 할 때 늘 나는 작은 소망 하나만 갖고 수업에 임한다. 지금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 삶에 스며들어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더 움직이고, 더 즐겁고,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전문적인 기능을 익히기보다는 배우고 경험하면서 느낀 체육 활동의 즐거움이 삶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옆에 선생님께서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 나에게
"쟤네들 나중에 족구 다 배우면 점심시간에 와서 족구만 하겠다고 난리겠는걸요?"
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