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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Mar 08. 2024

3월 첫 주

일 년 한해를 준비하는 시

이번 주는 수업의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수업이 없어 생긴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체육 자료실을 다시 정비할 수 있었다. 바람이 빠진 공을 찾아 바람을 넣고, 학교 이름이 빠져 있는 공이나 기구에는 매직으로 학교 이름을 적었다. 비품들 위치를 찾아주고 여유 공간을 확보해나가면서 일 년 수업을 어떻게 할 지를 머릿속으로 대충이나마 그려보았다. 이 공은 2학기 쯤 쓰겠네, 새로 산 이 용품은 애들 좋아하지 싶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자료실을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보니 일 년 살이를 잘 준비해놓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연구실로 와서는 제출해야 할 계획서가 있는지 살펴보고 5, 6학년 체육 내용별 수업 시기를 대략적으로 정했다. 체육교과전담을 처음으로 했던 신규 교사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수업을 하다가 한여름에 바깥에서 야구를 하다가 '아, 이게 아닌데' 했었다. 그 이후로 주로 체육관이나 운동장 등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체육 수업은 계절과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장마 기간이나 혹서기에는 운동장 수업을 하지 않고 체육관이나 교실에서 수업하고, 날씨가 좋지만 짧게 지나가는 봄, 가을에는 최대한 운동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몰아서 하며, 그 외에 이론 수업이나 표현활동 등 실내에서 하는 수업은 냉난방을 이용할 수 있으니 방학 직전 여름 또는 겨울에 넣는 것이 좋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렇게 계절별로 활동을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그리면서 일 년의 수업 흐름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 주 수업을 미리 준비했다. 같은 수업을 다시 하는 것이라 준비할 것이 많지가 않다. 반복하는 것의 장점이겠지. 하지만 장점을 잘 살리려면 단순하게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게 아니라 작년 수업을 복기한 후 다듬고 고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기 과정에서 작년에 기록해 놓은 수업 내용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올 한해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리고 작년보다 조금이나마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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