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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Apr 12. 2024

1학년 놀이수업 이야기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1학년들과의 놀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1학년 놀이수업을 하게 되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1~2학년에 적용되었는데 놀이 활동의 양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그래서 작년엔 주 1시간 1학년들을 만났었는데 올해는 주 2시간을 1학년들과 만나서 놀이수업을 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으로 1학년 수업을, 그것도 놀이수업을 하게 되었을 땐 참 막막하다 생각했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경험치가 조금은 쌓였는지 막막한 느낌은 많이 줄어들었다. 1학년들이라 더욱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 -줄 설 때 친구를 밀지 않는 것, 운동장에서 모래를 만지지 않는 것, 옆 친구를 밀치고 때리면 안 된다는 것-을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해서 수업 전에 말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는 것을 1년 동안 많이 배웠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1학년들과 술래가 있는 놀이로 수업을 하면 술래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놀이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래를 피해 도망가야 하는 것이 놀이 규칙인데 아무리 말해줘도 도망가기는커녕 술래 근처로 자꾸만 와서 자기를 잡아달라고 난리다. 그런 아이들이 한 두 명이면 그나마 괜찮은데 참 이상하게도 수업을 하면 늘 교실 인원의 반 이상이 술래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술래잡기를 하면 술래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술래 쪽으로 몰려와서는 오히려 술래가 도망가고 술래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술래를 잡으러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술래를 피해 도망가게 하려고 술래가 되면 벌칙을 주는 것도 해 보았으나 아이들은 벌칙도 기꺼이 감수하고서라도 술래가 되려고 했고, 그러다가 술래가 못 되어본 친구들(아무리 술래 가까이 가도 술래가 안 잡아서 술래가 되지 못한 친구들)은 불평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고학년들이면 술래를 하고 싶어도 일단 술래가 아닌 이상은 최선을 다해 도망가는데, 1학년들에게는 그런 규칙보다도 술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앞서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점차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어제는 두 발로 뛰어서 피하는 술래잡기 수업을 준비했다. 얼마 전 비슷한 방식의 한 걸음 술래잡기 할 때에도 서로 술래를 하겠다고 술래 근처로 몰려와서 결국 제대로 놀이를 하지 못했던 걸 떠올렸다. 그래서 이번엔 술래를 선생님인 내가 하기로 수업을 계획했다. 또 교과서와 지도서에 나와 있는 방식대로라면 술래에게 잡힌 아이는 놀이 공간 밖으로 나가서 놀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러면 잡힌 아이는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방식을 바꿔보았다. 술래에게 잡히면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다른 친구가 구하러 와서 터치해 주면 부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술래에게 잡힌 횟수가 가장 적은 친구를 찾는다고 미리 얘기를 하면 아이들은 술래를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술래에게 잡힌 아이들도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시 놀이에 참여할 수 있어 좋고, 나아가 친구를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이 아이들에게 싹트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해서 수업에 들어가 1학년 아이들을 만나 놀이를 진행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기다란 펀스틱을 들고 술래가 된 나는 일부러 잡힐 듯 말 듯한 거리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지으며 막 잡으려 하면, 그걸 어떻게든 피하려는 아이들도 웃음이 빵 터지고, 지켜보는 아이들도 웃겨서 쓰러진다. 아웃된 친구들도 두세 번만 기다리면 친구들이 찾아와 살려주고, 몇몇 아이들은 그런 것이 좋아 또 내 근처로 와서 일부러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구해주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으니 놀이가 재미없게 흘러가지도 않았다. 다만, 딱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내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 1반 수업을 하고, 또 2반 수업까지 하면서 2교시를 내리 술래를 하며 점프를 하니 내 이마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내려가 점심을 먹으며 선생님들과 이야길 나누는데, 내가 직접 술래가 되었다고 말하니 옆의 선생님께선

"나는 그렇겐 못 하겠다. 힘들어 힘들어."

라고 말씀하셨다. 맞다. 힘들다. 이젠 나이가 들어서 팔팔한 8살 아이들의 체력만큼 뛰려니 정말 힘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즐거울 수 있다면, 모두가 더 많이 뛸 수 있다면 체력이 될 때까진 나도 열심히 뛸 수밖에.


수업 마치기 전, 아이들에게 느낌을 물었다.

"신나요."

"재미있어요."

"힘들어요."

신나서 좋고, 재미있어 또 좋고, 힘들면 더더욱 좋다. 힘들수록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것이고, 아이들은 힘든 만큼 더 성장할 테니까. 나 또한 술래를 하면서 힘든 만큼 교사로서 조금 더 자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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