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년 전 햇빛에 의존한 산업화

이 이야기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by 하현

# 기후변화와 행운의 편지의 평행이론?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행운의 편지"라는 것이 유행했었다. 이 편지는 항상 "이 이야기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라고 시작이 되었고, 행운의 편지를 복사해서 7명인지 10 명인지에게 보내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행운의 편지는 기후변화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다. (이 브런치를 10명에게 소개하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기후변화는 인간의 경제활동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했다. 이때 경제활동이라고 하는 것은 의미는 "화석연료 사용"이다. 즉 기후변화는 100년 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석탄을 이용한 산업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석탄을 이용한 산업의 발전은 우리에게 삶의 풍요로움과 경제적 여유를 가져다주었지만,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탄소와 산소가 만나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는 기후변화 문제를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황산화물 등으로 인한 공기오염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London-fog-1952(3).jpg 런던 스모그 (출처: https://www.britannica.com/event/Great-Smog-of-London)

# 석유로 이루어 낸 세계여행의 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석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대가 찾아왔다. 산업이 커지고, 전기와 교통수단이 생활의 중심이 되면서 더 유연하고, 더 효율적인 에너지가 필요해졌다. 석유는 바로 그 요구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자원이었다. 20세기 초, 미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석유 개발이 시작되었고, 이 액체 연료는 곧 세계 산업과 군사, 그리고 일상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운송이 쉬웠고, 에너지 밀도도 높았으며, 무엇보다 자동차와 항공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석유는 말 그대로 인류의 속도를 바꾸었다.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거리는 짧아졌으며,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만큼 의존도는 높아졌고, 세계는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으로 불안정해졌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는 그 전환점이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람들은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 지정학적 갈등의 해법이 지정학적 갈등을 낳다.


그다음 등장한 것이 바로 천연가스다. 원래는 석유 개발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여겨졌지만, 시간이 흐르며 독립적인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주목받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냉난방, 산업, 발전소에까지 폭넓게 사용되었다. 석탄과 석유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 경제성과 에너지 효율성, 그리고 특정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에너지 안보의 논리가 천연가스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천연가스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에너지 수급이 정치적 무기화되는 현실 속에서, 가스는 더 이상 ‘안정적 대안’으로만 머무를 수 없는 연료가 되었다.


Screenshot 2025-04-19 at 08.14.22.png 1800년대 이후 화석연료 소비량 (출처: Our World in Data)

# 사회적 갈등을 동반한 에너지 전환


에너지 전환은 언제나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다. 나무와 장인에게 의존했던 수공업이 공장의 기계로 전환되며, "기계 파괴 운동"이 있었다. 석탄이 석유로 전환이 되는 과정에서는 내연기관의 확산으로 말과 마차 등의 산업이 붕괴되고, 도시의 교통이 재편되었다. 뿐만 아니라, 석유 의존으로 인한 도시의 공기오염이 늘었고, 교통 인프라 갈등 역시 발생되었다. 석유가 가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주로 가스관 부설과 관련한 갈등이 발생되었다.


결국 인류는 더 효율적이고 더 깨끗한 에너지를 찾기 위해 연료를 옮겨왔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탄에서 석유로, 그리고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하지만 이 전환은 단순히 더 나은 연료를 찾는 여정이 아니라, 문제를 잠시 유예한 선택이기도 했다. 탄소는 여전히 대기 중에 축적되고 있었고, 그 결과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뚜렷해졌다.



# 그럼에도 우리는


에너지 전환은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이미 몇 차례의 전환을 경험해 왔다. 우리는 연료를 바꿔왔고, 그때마다 사회도 함께 바뀌어야 했다. 그 과정마다 우리는 다양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갈등을 겪었지만, 결국 더 큰 동력에 이끌려 방향을 바꿔왔다. 생산성의 향상, 에너지 안보, 지정학적 전략 등이 그 이유였다. 이번 전환 역시 큰 틀에서 보면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다르다. 과거의 전환이 더 싸고 편리한 에너지를 찾아가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의 전환은 기후위기를 피하기 위한 ‘생존의 문제'다. 단지 연료만 바꾸는 게 아니라, 산업 구조, 노동 시장, 소비 방식, 삶의 조건까지 통째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모두에게 똑같이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지만, 누군가에겐 생계의 위협일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전환의 여유를 가졌지만, 어떤 나라는 아직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지도 못한다. 책임은 과거에 있지만, 그 부담은 현재와 미래의 모두에게 나뉘어 있다. 그래서 이번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함과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고, 그 질문에 누가 얼마나 책임 있게 응답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과연 우리는 이전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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