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CCS
15 ~ 20년 전에도 CCS라는 것이 한참 이슈가 되었었다. "Clean Coal (청정석탄)"이라는 이름으로. 앞뒤가 안 맞는 그린워싱의 대표 격인 단어이지만, 논리는 이렇다.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분진과 메탄 배출 등 환경문제가 발생된다. 그러니 석탄을 가스화해서 고체 석탄이 아닌 가스 상태의 메탄을 채굴한다. 그리고 그렇게 채굴된 가스를 이용해서 가스 발전을 한다. 그리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CCS (탄소 추출 및 저장) 기술을 이용해서 모은다. 마지막으로 모인 이산화탄소는 다시 가스가 있던 곳에 넣거나, 지하 깊숙이 어딘가에 넣어둔다.
꽤나 그럴싸하다. 이 방법이라면, 전력망에 대한 변화도 없고 기존에 쓰던 전력 그대로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력망 확충도 없고, 원전으로 인한 사회 문제도 없고,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좋다 좋다 하는데 그 좋은 게 왜 아직도 도입이 안될까?
CCS라는 기술은 탄소중립을 위해서 필요한 가장 마지막 단계의 퍼즐 조각이다. 석유화학 업종과 같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산업의 경우, CCS가 마지막 답이 될 수 있다. 그까짓 석유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쉽지 않아도. 일단 이 글을 읽고 있는 스마트폰 혹은 랩탑. 모두 석유화학제품이다. 의약품도 석유화학제품이고, 자동차, 냉장고, 옷, 기타, 뭐 하나 석유화학제품이 아닌 것이 없다. 그렇기에 석유화학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공정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구는 CCS 밖에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CCS를 이용한 그린워싱이다.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요즘 답습되고 있는 듯한데, CCS-ready라는 명목으로 석탄 혹은 가스 발전소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열심히 진행 중인 모습이 간혹 보인다. CCS-ready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다. 기술적으로 뭔가 있는 것 같고. 그냥 CCS 설비를 설치할 수 있을 "공간"을 확보해 두고 석탄 수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즉 개인적으로 나는 CCS는 그 태생부터 그린워싱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연구보다는 포장하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공이 들어간 것이 CCS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년 전에도 유망했고 지금도 유망하고 20년 후에도 유망할 기술이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치자. 그래도 사실 제한적인 역할 외에 석탄/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은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미 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 발전과 같은 당장 도입 가능한 기술들이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이 새로 설치하는데 아무리 오래 걸린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연간 2 GW 이상의 원전을 동시에 설치한 경험이 있다. 즉 지금부터 2050년까지 25년이면 단순 계산으로는 50 GW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목표가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역시 그렇다. 빠른 속도로 용량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런 것에 비해 CCS는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10년 뒤에 도달한다고 해도 그때 즈음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석탄 발전소는 사라진 뒤일 것이고, LNG 역시 점차 줄어들거나 수소로 대체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렇기에 CCS는 이제 와서 연구하고 상용화하고 도입한다고 해도 석유화학의 공정 배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CCS는 흐르는 물처럼 중력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공짜 에너지로 운영될 수 없다. CCS를 운영하기 위해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일부를 사용해야 하며, 이로 인해서 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전기 비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CCS 설비 자체의 비용도 포함해야 한다. 그렇다면 CCS가 과연 경제성을 갖출 수 있을까?
그런데, CCS가 또 이산화탄소를 100% 포집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연구 단계에 있어서 제대로 CCS 설비의 포집 효율에 대한 기록이 제한적이지만,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 이산화탄소 포집률이 높을수록 비용이 더 비싸지게 되는 구조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90% 이상의 이산화탄소 포집을 위해서는 전력 생산량의 30% 이상을 포집에만 소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기술발전을 통해서 많이 좋아진 수준이다.
아하! 해답이 나온 듯하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그 이산화탄소를 상품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나라에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도 이걸 묻어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그러니 이걸로 이산화탄소 기반의 상품, 즉, 플라스틱, 시멘트첨가제, 탄산음료용 CO2를 만들어서 수출하면 돈도 벌고 1석 2조겠네? 과연 그럴까? 다른 나라도 다들 CCUS를 하겠다고 덤빌 텐데, 어디로 수출을 한다는 것일까? 꿈일 뿐이다.
분명히 CCS도 그 역할이 필요하다. 특히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산업 공정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 단 에너지 분야에서 CCS는 있을 필요가 전혀 없다. CCS 보다 저렴하고 배출량이 전혀 없으며, 채굴로 인한 환경 피해도 적은 에너지원이 있는데 석탄, 석유, 가스를 살려두기 위한 목적으로 CCS를 사용하는 것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그리고 운영비용 측면에서 모두 매우 비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