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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맞춤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여운이 있다.

by 문하현

흔히 우리는 입 밖으로 꺼내는 말에 집중하며 대화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실을 엮는다. 혹시라도 실이 가늘어져 뚝 끊어질까 봐 어휘와 문장을 선택하면서 엮은 실들을 조심스럽게 다른 실의 끝과 이으려 한다.


말은 가장 일차적인 대화수단이다. 말을 들으면서 그 속에 깃든 의미와 감정을 읽게 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정확히 읽어내려고 하는 일을 경청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말을 꺼내고 듣는 과정에만 치중한 나머지 눈을 맞추는 일은 다소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있다. 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내가 A를 말하면 상대방에게 A'가 아닌 B로 전달된다거나, 애초에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다. 대화 중간에 일어나는 눈 맞춤은 말로는 전달되기 어려운 것들을 대신 표현해 줄 수 있다. 가끔 말을 끊고 눈을 지그시 바라보게 되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지 않던가?


눈을 적절하게 맞추는 일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눈 맞춤은 1:1의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1:다수이거나 다수:다수의 상황에서 눈 맞춤은 일어나지 않는다. 눈을 맞추기는커녕 얼굴을 훑어보는 것에 그치게 된다. 반면 1:1의 상황은 눈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상대방의 눈길을 피하는 일은 자칫 잘못하면 대화를 거부한다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눈을 잡아먹을 듯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도 부담스럽다.


적절한 눈 맞춤은 양측 모두의 끊임없는 노력이 일궈낸 결과다. 너무 없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눈 맞춤이 이루어지는 대화는 경청을 촉진시킨다. 말과 동시에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눈 맞춤은 말로 다 전달할 수 없는 여운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므로 가끔씩은 말과 말 사이에 여백을 두고 상대방의 눈을 깊이 있게 살펴보자. 두 눈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말로 꺼내지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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