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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예뻐진다?

거대한 변화의 시작점

by 문하현

요즘 부쩍 예뻐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스킨케어 루틴도 그대로인 데다 화장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좀 당황스러웠다. 내게 외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도 않으니 왜 이런 소리를 듣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요즘 관심사가 변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는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기 가장 쉬운 주제다. 독서와 게임은 내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셀 수 없는 추억거리가 많은 취미들이었다. 전부 다 주로 혼자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게임은 부분적으로 협동을 요구하는 장르가 많지만 나는 솔로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에 곧잘 빠지는 편이었다. 독서는 사실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가 힘든 취미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장르부터 시작해서 읽는 속도, 문해력, 읽는 사람의 지식수준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책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편이기에 자연스레 혼자서 하는 취미에만 빠져 살게 되었다. 지금보다 훨씬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에게 곁을 주는 일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던 적도 있었다. 이러한 고립 성향은 '사랑'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자연스레 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주제가 '사랑'인 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부쩍 많이 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걸 알기에 가볍게 보고 넘기지만, 사랑을 다룬 매체들을 통해 종종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한다.


흔히 연인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건 기대가 어긋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대는 사람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연인은 나에게 있어 '특별한 사람'이다. 특별한 상대가 자신이 설정한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망하게 되고, 이러한 실망감들이 물에 젖은 모래처럼 반복해서 축적되어 마음이란 우물을 완전히 메우게 되면 갈등으로 번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연인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인도 똑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갈 뿐이다. 사실 우리 모두 지극히 평범하다. 모두가 다 똑같으면 왜 한 사람만 연인으로 선택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그에게서 특별함이 아닌 '고유성'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사람의 고유성은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무엇이든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지도 않는, 즉 판단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든 '그저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요즘은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 스스로 질문을 자주 던져보곤 했었다. 사랑하는 일은 기꺼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음의 길이 선명해지니 뭔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덩달아 달라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도 은연중에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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