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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힘을 빼야 할 때가 온다.

항상 힘만 주고 있을 수 없다.

by 문하현

때로 힘을 너무 줘버린 나머지 그 위에 앉아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든든한 의자 다리가 주저앉는 느낌이 덮칠 때가 있을 것이다.


스스로 책임감이 크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문제가 닥치면 잔걱정들이 스멀스멀 정신을 지배하게 되면서 어느새 걱정에 몰두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내가 분명히 처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도 무언가 떠넘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강한 직관력은 부작용으로 돌아오고는 한다. 직관이 강한 탓에 아직 문제가 본격적으로 닥치지 않았는데도 벌써 시작된 것처럼 설레발을 치기도 하고, 경우의 수들이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 만큼 머릿속을 전쟁통처럼 만들어버린다. 나는 나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그다지 예민한 편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일을 미루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기는 편이라 웬만하면 그날 다 쳐내버리려고 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다른 사람이 대신 처리하는 것도 상당히 미안하게 느껴지는 일이니까.


최근에 들어서는 '정말 급한 일' 또는 '다른 사람과 엮여있는 일'이 아니라면 곧바로 팔을 걷어붙이기보단 내려놓으려고 하는 편이다.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힘을 주고 있으면 소위 말하는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여유가 없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성급하게 처리해 문제가 커지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일들은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안다. 심지어 빨리 처리할 필요도 없다. 도리어 정말 급한 건 '내 마음'이 아닐까? 자전거의 페달은 밟으면 밟을수록 가속이 붙는다.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 한. 계속 가속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므로 적재적소에 힘을 뺄 수 있도록 나만의 브레이크를 세워두려고 한다. 시간을 타이트한 맞춤복이 아니라 편안한 일상복을 입은 것처럼 한결 여유 있게 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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