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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부끄러움은 독이 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괜스레 부끄러워진다

by 문하현

요즘 꾸준히 글을 업로드하는 중이다. 한 번 탄력이 붙기 시작하니 어떤 주제로 시작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 나름 즐거운 고민인 셈이다. 형태가 불분명한 생각덩어리들이 희미하게라도 머릿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면 거기서 그치지 않고 쓰는 일부터 시작한다. 글쓰기는 문단과 문장, 그리고 내용을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명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내 글을 읽는 '손님'들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나머지 내 글을 읽어주신다는 말씀을 들으면 가슴이 힘차게 뛰어올랐다가 땅으로 착지하는 과정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아닌, 잔흔만을 멀뚱히 쳐다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단순히 기쁘다 못해 벅찬 감정과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동시에 경험하는 짜릿한 순간이 정신줄을 단박에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내 심장은 숫기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전혀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알지만 스프링이 달린 신발을 신고 날아오르려는 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끌어내릴 도구가 나에겐 없다.


하지만 때로 부끄러움이 과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작 용기를 발휘해야 할, 용기가 절박한 순간에 너무 부끄럽다는 이유로 고사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핑곗거리로 삼아 비겁하게 숨어버리는 셈이니까. 부끄럽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몰라도 일단 시도하면 얻는 것이 분명히 있다. 숫기 없는 심장에 어떤 걸 보여줘야 조금이라도 단단해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반복적인 노출이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실제로 정돈된 글을 올리는 시도가 여러 번 반복되니 어느새 글을 업로드하는 행위에 무던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업로드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지는 않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장문의 글을 자주 게시해서 누군가의 피드에 올라오게 되면 보는 입장에서 엄청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을지 우려스러웠지만, 어차피 읽을 사람은 한 권의 책처럼 꼼꼼히 읽고 지나칠 사람은 길바닥에 떨어진 전단지처럼 철저히 무시할 것이기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업로드하기로 했다.


내 글이 몇 명 안 되는 '손님'들에게 짧은 감상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오히려 염려되는 점이 있다. 실제로 나를 아는 분들은 되레 나를 대하기 좀 더 어려워할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나는 그렇게 깊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혹시라도 그런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직관을 통해 통찰을 얻는 빈도가 잦을 뿐이지 생각의 깊이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니라는 걸 언급해두고 싶다. 나는 타인의 글을 읽으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깊은 혜안에 자주 감탄하면서 부족한 점을 되돌아본다.


앞으로도 글을 무던히 올리며 덕지덕지 묻은 근거 없는 부끄러움이란 암막을 조금씩 걷어내보려 한다. 필력도 성장시킬 겸 꾸준히 올리다 보면 제법 많은 글들이 언젠가 든든한 받침대로 나를 지지해 줄 것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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