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지 않고 싶다
벌써 8월의 끝자락이 보인다.
우리는 항상 내일이 눈앞에 선명히 펼쳐질 것처럼 살아간다. 정작 시간은 눈치채지도 못하게 아주 조금씩 내 주변을 도둑처럼 살금살금 벗어나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의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르는데도 마치 시간이 우리를 항상 반겨줄 것처럼 여긴다.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하니 결정도 언제든 마음대로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여기게 될 때가 있다.
오늘 저녁은 어떤 메뉴로 먹을지, 돈은 없지만 커피 한 잔을 사 먹을지 말지 선택하는 일은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특정한 결정에 대해서는 시간의 유한성을 염두에 두더라도 그렇지 못하다. 분명히 결정을 내리는 일 자체는 위의 경우처럼 매우 단순하지만, 뒤따르는 결과와 책임을 생각하니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결정에 대한 적절한 타이밍을 영영 놓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주저하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강한 나는 '그저 내지르는'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을 보면 분수처럼 종종 솟아오르는 경외감을 느낀다. 일단 부딪히고 보겠다는, 결정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따라오든 오롯이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을 매우 소심한 나는 쉽게 가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돌적이면서도 탁월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일은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은 없었지만 위태로운 촛불처럼 작디작은 결심에서 비롯되었다. 기록되지 않는 삶은 바람 한 번에 저항 없이 날아가 다시는 찾아낼 수 없는 종잇장처럼 어딘가 공허했기 때문이다. 아싸 중의 아싸였으니 인스타그램 같은 SNS들은 사용해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얼마 전 익명의 직장동료께서 알고리즘을 타고 내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한 글을 정독했다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엄청난 부끄러움에 마음이 저절로 붕 떠버림과 동시에 조금의 용기를 얻었다. 면직하고 작가를 해도 되겠다면서, 장난스럽게 말씀해 주셨다. 필력이 크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했다. 이렇게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서 말해주는 일 또한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걸 알기에 나는 이러한 관심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흩어져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현실에 끌고 올 수 있도록 '그저 해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