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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성장 게임’이다.

게임 같지 않겠지만 게임하듯 살아가자.

by 문하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 있다. “게임은 현실과 다르다”다. 맞는 말이다. 게임은 엄연히 현실과 다르다. 게임은 현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픽과 구동 엔진이 발전의 발전을 거듭해 캐릭터가 진짜로 현실의 사람같이 생기고, 풍경도 오히려 너무 사실적으로 만든 나머지 현실과 분간하기 어렵지만 아직 게임과 현실을 가르는 구분선은 명확하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기준이 뭘까? 게임은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게임을 종료시키면 게임 속 캐릭터의 여정도 동시에 끝난다. 반대로 게임을 다시 시작할 때 캐릭터의 시간도 유유히 흘러가기 시작한다. 설령 '게임오버' 즉, 캐릭터가 사망한다고 해도 부활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종료시키거나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나에게 내재된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거나 되돌릴 수도, 온전한 '나'로 부활할 수도 없다. 장르마다 차이점이 있지만 게임 속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외형부터 시작해서 성격, 목소리, 그리고 기본 능력치까지 전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반면에 우리는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하다. 다소 과격하게 말해 우리는 운이라는 불공평한 법칙에 의해 타고난 것들을 거부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렇게만 보면 게임과 현실의 구분선이 너무 명확한 나머지 비교하는 일 자체가 터무니없어 보인다. 하지만 게임 속 캐릭터에 우리의 '삶'을 대입해 보면, 공통점은 분명히 있다. 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능력치와 스킬은 상태창을 통해 수치화되어 우리에게 보인다. 우리의 능력치와 스킬은 상태창으로 나타낼 수 없을 뿐, 알게 모르게 수치화할 수 있다. 나의 글쓰기 능력만 해도, 게임 속 캐릭터였다면 '레벨'을 통해 수치화할 수 있을 것이다. lv. 1에서 lv. 10까지의 수준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나에게도 처음에는 lv.1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지금 스스로에게 레벨을 매기자면 lv. 6, 7 정도는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레벨을 올릴 수 없다. 거듭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려고 꾸준히 시도했기 때문에 레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게임은 플레이어의 희망대로 캐릭터를 환상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가속 성장을 위해 게임 속도를 몇 배수로 올려 짧은 시간 내에 소위 '만렙'을 찍어버린다던지 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면에 현실의 시간을 밀고 당기려는 시도는 허황되다 못해 애초에 불가능하다. 시간은 언제나 묵묵히 제 갈 길을 간다. 더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노력의 한계치까지 온 힘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하루아침에 목표에 도달하는 일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날 수 있을까?


게임은 보통 캐릭터의 최종 목표를 제한한다. 즉, 성장의 상한선을 만들어 그 이상으로는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없다. 아직 게임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그러나 삶은 정해진 목표 같은 것도 없고, 비현실적인 수준이 아니고서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있다. 무엇보다 캐릭터는 '자유의지'가 부재한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게임과 현실은 선명히 구분되는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공유하는 점이 있다. 그러니 삶을 한 번쯤은 게임에 대입해서 돌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내가 성장시키고 싶은 능력치는 어느 수준까지 성장했는지 스스로 파악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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