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을 '인내'하는 일

'눈치'의 힘.

by 문하현

흔히들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말이 아닌 눈빛이나 행동으로 상대방의 의중을 알아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눈치'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눈치는 감을 활용하는 일이다.

감은 본능에 의존하기에 상당히 불확실하다. 감을 활용하는 일은 자석의 반대극을 찾아다니는 일과 같다. 상대방이 S극을 들고 있다면 내가 N극을 들고 있어야 서로 끌어당길 수 있지만, 사실 상대방은 S극을 들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무슨 극을 들고 있는지 순전히 감을 활용해서 맞춰야 한다. 상대방이 나한테 무슨 생각과 마음이 있는지 대강 눈치챌 때가 있지만, 내 '눈치 레이더'가 상대방의 의중을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 탐색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이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 '보려고' 하는 일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내게 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어떤 사람에게선 나를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줄곧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장난이나 농담을 잘 던지지만,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오히려 다가가기 어려운 나머지 거센 바람이 들이닥쳐 나를 상대로부터 멀찍이 날려버리는 느낌이 든다. 상대방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대강 '눈치채지만', 이조차 혹여나 내가 잘못된 추측을 하는지 자꾸만 되짚어보게 된다. 나한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꼬리의 꼬리를 문다.


말로 표현하지 못해 모호한 관계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나는 준비가 되었지만 상대방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면, 준비될 때까지 인내해야 할 것이다. 모호함을 견디는 인내에는 일정 수준의 꾸준한 노력이 수반된다.


누군가를 끝까지 기다린다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요즘 들어 자주 실감하게 된다. '인내'라는 단어에는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이 깃들어 있다. 엄청난 힘은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