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지금 같았으면.
2025년이 완전히 저물었다.
이제, 다시는 영영 머무를 수 없는 해가 되었다.
보통은 새해에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하며 늘어난 고무줄처럼 헤이해진 몸과 마음에 긴장을 불어넣어 다시금 팽팽하게 만드려고 하지만, 예상컨대 얼마 안 가서 도로 늘어지다 못해 아예 퍼져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괜히 이루지 못할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올해를 파노라마처럼 펼쳐서, 파노라마 속 세상으로 들어가 산책을 하듯 천천히 거닐어보면 어떨까 싶다.
아무래도 잘했던 일보다는 잘하지 못했던 일에 훨씬 많은 신경을 쏟게 된다. 더욱 잘해줬어야 했는데 미숙함 탓에 그럴 수 없었던 순간들과,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고스란히 그 결과를 떠안지 않았을지도 모를 순간들이 머릿속에 흑백 사진첩처럼 빠르게 스친다. 어떤 사진은 너무 선명해서 내년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만들고, 다른 사진은 너무 흐린 나머지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자기 합리화로 이끈다.
올해가 끝이 나면서, 이제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순 없지만 차마 큰 금액이라고는 할 수 없는 돈이 차곡차곡 쌓였다. 물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혼자서 이룬 결과라고 결코 생각하지도 않지만, 이 정도면 나름 성실하게 살았다고 위안을 삼는다. 내년을 대비해서 자산 비중에 대해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된다. 여하튼, 이제는 내가 지금 가진 돈으로 독립이나 결혼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깊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내년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잔잔히 흘러가는 물결에 온몸을 맡긴 작은 물고기처럼, 억지로 물결의 흐름을 거스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싶진 않다. 어차피 애쓰지 않아도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각자 내 면전까지 바짝 다가왔다가 물러가기를 반복할 테니까. 그때마다 넘치는 추진력으로 무장한 로켓처럼 하늘까지 단숨에 솟아오르거나, 끝장이라도 볼 생각으로 지하의 지하까지 스스로를 끌어내리지 않고 무던한 페이스로 일관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제 새해가 삶의 여정과 함께하니 하고 싶은 일을 굳이 꼽는다면, 안락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도하려 한다. 이를테면 이제는 해외여행을 1년에 한 번씩은 꼭 가본다던가, 누군가를 기꺼이 사랑하기 위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머무르던 혼자만의 세상에서 벗어나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해에도, 지금처럼 그저 평온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