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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현달 Jul 08. 2022

두 사람의 생활에 익숙해진다는 건

냉털로 만든 자투리 채소 오믈렛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내가 자연스레 장보기와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식재료를 소량으로 쉽게 구할  있었던 일본에서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보낸 나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먼저 장을 볼 때마다 소분을 한걸 사자니 너무 비싸고 가성비를 따지자니 이게 영 양이 많다. 예컨대 과일 가게는 멜론도 기본 두통을 팔고 방토도 4팩으로 판다. 싸다 싸다 하며 이것저것 사 와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한 달 내내 먹다가 결국 물려서 꼴도 보기 싫어진다. 그나마 먹으면 다행이지. 가끔 곰팡이가 슬어있는 마늘을 발견하기도 하고 깻잎형이 왜 여기서 나와?를 외치기도 한다.


그리고 도통 성인 여자와 성인 남자가 얼마나 먹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부족한 것보다 많은  낫지 라는 생각에 미역국을 한솥을 끓이고(미역 벌크업 미침) 비지전 반죽을  냄비 만들었다. 결국엔 이것도 먹다 먹다 물려서 냉동실행. 우리  냉동실은  터질 지경이다.

또한 김장김치를 다 먹어갈 즈음은 겨울이라는 점이다. 오가는 김치 속에 정이 쌓이다 보니 겨우 다 먹으면 다시금 겨울이고 바로 리필된다. 체험 정의 현장.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냉털(냉장고 털이)이 익숙해졌고 냉장고를 열고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생긴 새로운 룰.


최대한 새 재료를 사지 않고 어제 해놓은 음식은 그 다음날 까지는 처리하기.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의 저녁.

자투리 채소와 새우 오믈렛.

내일은 새우 대신 냉장고에 있는 베이컨과 치즈를 올릴 예정이다. 모레는 토마토와 초당 옥수수로 여름 샐러드를 해 먹어야지. 부지런히 먹다 보면 또 여름이 다 가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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