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털로 만든 자투리 채소 오믈렛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 내가 자연스레 장보기와 요리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식재료를 소량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일본에서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보낸 나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늘 난관의 연속이었다.
먼저 장을 볼 때마다 소분을 한걸 사자니 너무 비싸고 가성비를 따지자니 이게 영 양이 많다. 예컨대 과일 가게는 멜론도 기본 두통을 팔고 방토도 4팩으로 판다. 싸다 싸다 하며 이것저것 사 와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한 달 내내 먹다가 결국 물려서 꼴도 보기 싫어진다. 그나마 먹으면 다행이지. 가끔 곰팡이가 슬어있는 마늘을 발견하기도 하고 깻잎형이 왜 여기서 나와?를 외치기도 한다.
그리고 도통 성인 여자와 성인 남자가 얼마나 먹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부족한 것보다 많은 게 낫지 라는 생각에 미역국을 한솥을 끓이고(미역 벌크업 미침) 비지전 반죽을 한 냄비 만들었다. 결국엔 이것도 먹다 먹다 물려서 냉동실행. 우리 집 냉동실은 늘 터질 지경이다.
또한 김장김치를 다 먹어갈 즈음은 겨울이라는 점이다. 오가는 김치 속에 정이 쌓이다 보니 겨우 다 먹으면 다시금 겨울이고 바로 리필된다. 체험 정의 현장.
그렇게 1년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냉털(냉장고 털이)이 익숙해졌고 냉장고를 열고 저녁 메뉴를 생각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생긴 새로운 룰.
최대한 새 재료를 사지 않고 어제 해놓은 음식은 그 다음날 까지는 처리하기.
그렇게 만들어진 오늘의 저녁.
자투리 채소와 새우 오믈렛.
내일은 새우 대신 냉장고에 있는 베이컨과 치즈를 올릴 예정이다. 모레는 토마토와 초당 옥수수로 여름 샐러드를 해 먹어야지. 부지런히 먹다 보면 또 여름이 다 가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