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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Dec 27. 2018

종강


2018학년도 2학기가 끝났다.


심리학 수업 중에 강박 증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소개했었다. 

잭 니콜슨이 연기한 주인공 ‘멜빈 유달’은 청결과 안전, 안정감 등에 대한 강박이 심한 사람이다. 장갑도 비누도 단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린다. 외식을 할 때도 같은 식당, 같은 자리에 앉아 집에서 가지고 온 자신의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한다. 현관문을 잠글 때에도 문고리를 열었다가 다시 잠그는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한다. 강박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이다.    


멜빈의 모습을 설명하며 영화에 나오는 명대사도 함께 전했다. 냉소적이고 이기적이었던 멜빈이 자신의 곁을 지켜주며 도와준 캐롤(헬렌 헌트 분)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하는 말이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합니다. 

문장을 소개하며 "자~, 문장에 주어-you, 사역동사-make, 목적어-me, 동사원형-want 가 나오고, 해석을 하자면~~" 하고 고등학교 때 배운 문법을 재밌게 떠올려보기도 했다.  


내용을 전하며 앞으로 이런 멋진 사랑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뿐 아니라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전했다. 




지난주 기말시험을 치렀다. 
시험지를 채점하다 보면 맨 마지막 장에 나에게 메모를 남기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이번 학기에 만난 메모 중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This class makes me want to be a better man.”


이 수업을 통해 저는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잠재력을 이해해나가기 시작한 덕분인 듯싶다. 성장을 위해 노력해보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센스와 배려가 만점인 학생 덕분에 연말 이런저런 일로 피로와 긴장이 쌓여 있던 중 함박 미소가 지어졌다. 뭉클하기도 하다.

 

나 역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심리학 수업을 함께 한 학생들, 그리고 멋진 메모를 남긴 학생이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This class (& You) made me want to be a better teacher.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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