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읽었습니다, 고민이 되던 시기에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아갈 방향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내용을 다른 친구들과도 꼭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물었다.
저희 학교에 방문해주실 수 있을까요?
며칠 후 김해분성여자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은 물으셨다.
"여기가 경상남도 김해인데요, 이 먼 곳을 오실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에게 전해 들은 그동안의 상황은 이랬다.
나에게 메일을 보낸 학생들은 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열심히 움직였다. 전교 학생들에게 이런 내용의 강연이 진행되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찾아가 묻고, 그 학생들이 몇 명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리하고, 선생님들에게 학생들의 요구가 이만큼 있으니 강연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답을 드렸다.
네, 가겠습니다.
고등학생이 성적과 관련 없는 두꺼운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저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좋은 모임을 만들어보겠다는 뜻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의 의견을 물으며 움직였다. 학생들의 열정적인 마음과 용기 있는 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선생님과 의논해 날짜를 잡았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자기 이해와 진로와 관련해 꼭 전달해주고 싶은 내용을 고민하고 준비했다.
강의 시작은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저녁 식사를 마친 6:30.
강의 제목은,
"진로, 나만 고민인가요?"
학교에서 정성껏 만들어 주신 강의 소개 자료. 강사 소개가 재미있다.
시험기간과 겹친 때였는데도 불구하고 50여 명의 학생들이 도서관에 모였다. 선생님 두 분과 교장선생님까지 내내 함께 하셨다.
학생들은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듣고, 내가 던진 질문에 손을 들어 적극적으로 답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질의응답을 포함해 강의를 마치기로 한 시간은 8시였지만, 이 먼 곳을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까 싶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추가로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나눈 내용은 크게, 1) 자기 이해, 2) 끈기와 노력의 중요성, 3) 이타심, 이렇게 세 가지였다.
마지막 부분에 일의 의미와 소명의식까지 전달하고 마무리.
강의를 마친 시간은 8:30.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했다.
중간에 다소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옆 친구와 잡담을 하는 학생도, 잠을 자는 학생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학생도 없었다.
끝까지 유지된 집중과 경청.
그만큼 자신의 인생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고 길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게 아닌가 싶다.
정말 예쁘고 기특한 학생들이었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어두운 시간에 운전을 하고 돌아가야 하는 나를 위해 두 손을 모아 안전을 기원해주었다. 감사하고 뭉클했다.
여러분을 기억하고 자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네~~!"
서울로 바로 돌아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대구로 가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돌아왔다. 장거리 운전에 조금 피곤하기도 했지만, 다녀오기를 참 잘했다 싶다. 감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강의 후 나를 초대한 학생이 보내준 메일
... 저희를 위해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오셔서도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강의 전에도 떨리는 목소리로 잠깐 언급했지만 '나를 모르는 나에게'라는 책은 진심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여기 있구나!"라고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은 물론 저 조차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제 감정에 한순간 잠식당해도 '왜 그럴까?' 라는 등의 생각으로 저를 계속 관찰하고 바라보면서 저 스스로도 '나 많이 변화했구나'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또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이타심 역시(비록 아직 저에게는 부족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여서 생활속에서도 이 책을 떠올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강연은 제가 책을 읽었을때의 감정처럼 두근거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말씀해 주신 부분도 정말 많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학생회 임원은 저에게 '왜 교수님을 그렇게 초청하고 싶어했는지 알것간다, 정말 좋은 강연이었어' 라고 말했고,
강연을 들은 한 학생은 저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와서 강연을 들을 수 있게 문의해주어서 정말 고맙다며 꼭 듣고싶은 강연이자 자신에게 필요했던 강연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정도로 학생들에게 많은 힘과 생각을 실어준 강연이었음을, 그리고 감사함을 꼭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정말 예쁘고 단정하게 잘 쓴다. 머지않아 브런치에서 이 학생이 쓰는 글을 읽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함께한 시간이 김해분성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는 데 자그마한 응원과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