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확인 혹은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메일이 없는 걸 보면, 한 학기가 잘 마무리된 것 같다.
2019학년도 1학기.
수업의 제목은 "인간 행동의 이해: 심리학".
매주 금요일 세 시간 동안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왜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하는지,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자존감, 정체성, 도덕성, 우울, 불안, 강박, 성격, 공감, 동조, 행복, 다름과 틀림, 상황에 대한 해석 및 설명 방식, 심리적 안녕감, 이타심, 가치, 삶의 의미와 소명의식까지 나누었다.
수업에 더해 매번 3장 이상의 분량을 채워야 했던 보고서가 3개, 6페이지를 꽉 채웠던 두 번의 시험이 있었다. 보고서를 통해서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크게 바라보도록 했다.
수업과 보고서, 시험 등을 통해 함께 나눈 내용의 큰 맥을 정리하면, 각자 내면에 있는 것을 활용하며 나아갈 것,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 스스로를 도와줄 것, 인생에서 실패와 거절은 피할 수 없으니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해볼 것, 꾸준히 성장할 것,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현명하게 구분할 것, 인간의 약함과 강함을 모두 고려할 것,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질 것, 인생을 크게 보고 중심을 가지고 살아갈 것 등이다. 핵심은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알아주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것이었다.
연구 논문과 관련 책들, 경험과 사례 중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무엇일까를 고민해 수업을 진행했다. 내용 중 마음에 울리는 부분,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각자 살아온 인생과 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한 두 가지만 기억해도 한 학기 동안 함께 한 심리학 수업은 성공이다.
학생들은 마지막 보고서와 기말 시험지의 빈 공간에 메모를 남기곤 한다. 의외이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것은 수업 시간에 발표도 질문도 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메모를 많이 남긴다는 것이다. 메모는 나에게 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과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보고서와 시험지는 규정상 모두 학교에서 보관하도록 되어 있다. 아쉬운 마음에 따로 메모를 정리하고 사진도 몇 장 찍어보았다. 이곳에 일부를 남겨본다.
24년을 살아가고 있으면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과제로 인해 나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나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아주 힘든 질문이었지만 종강을 앞두고 지친 시험 기간에 머리를 식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쓰게 된 글은 어른들이 보기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른들이 지정한 길만을 걸은 것을 굳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더 나에 대해서 솔직하고 싶어서 수정을 많이 거치게 되었다. 특히, 1번 질문과 5번 질문에 대한 답변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교양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과제로서 나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좀 욕설도 들어가고 몸짓도 하면서 설명하면 더 잘 공감할 텐데 말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니 나를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술을 먹으면서 키보드를 두드렸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솔직함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점에 이 글을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과거가 된 지금의 나에게 거짓말쟁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의 나는 조금 더 좋은 삶을 살고 있을 거니깐 말이다. 3개의 리포트에서 했던 질문들 5년 후에 다시 물어보고 분량은 비슷한 글을 적어 내려갈 것을 약속한다. 다른 것들에다가 다른 것들을 채워 넣는 것을 글로써 확인하고 싶다.
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과제였습니다. 평균 수명을 약 82세로 생각했을 때 22살이라는 나이는 거의 3분의 1의 지점에 다가가는 나이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순수하고 호기심만 넘쳤던 유아기를 지나고, 성인이 된 후의 세계를 기대하며 살았던 청소년기를 지나 지금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오랜만에 뒤를 돌아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펼쳐질 나의 날들을 장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첫날 대형 스탠드 강의실에 들어갔을 때의 잊지 못할 설렘부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머릿속에 새겨 넣은 지금까지, 대학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일 심리학 수업이었습니다.
빨리 끝내겠다고 과제를 잡았는데,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해온 제 SNS도 쭉 되돌아보고, 핸드폰 사진첩과 제 기억을 되짚어봤습니다. 취업이라는 핑계로 한 학기 동안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학기에 힐링이 되는 수업이었습니다. 다가와 주셔서 말 걸어주시고, 이름 기억해주시며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계속 죽어가고 있다.”
보고서 공지하던 날의 교수님의 말씀이 아직도 마음에 박혀있는 듯합니다.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고 더 와 닿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삶과 죽음에 대한 명언도 찾아보았습니다. 과제를 작성하며 제가 생각하고 느낀 바와 가장 어울리는 명언들을 붙여보았습니다.
⇒ 오늘 내가 죽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는 한 세상은 바뀐다.
(아리스토텔레스) ⇒ 사람의 죽음은,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의 문제다.(토마스 만) ⇒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존 러스킨)
⇒ 장의사마저도 우리의 죽음을 슬퍼해 줄만큼 훌륭한 삶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마크 트웨인)
⇒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 히 읽는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상 파울)
... 수많은 교양 과목 중 하나인 이 강의를 선택한 것은 작은 우연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앞으로의 제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저를 더 발전시켜준다고 느꼈기 때문에 꾸준히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의 제 생각들을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매주 기다려지는 강의였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보고서 내용을 기억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신 것도 인상 깊었고, 요즘은 어떠한지 물어봐주시는 것 또한 감사했습니다.
이번 학기에 다양한 일들 때문에 특히 지치고 힘들었는데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매번 마스크/모자를 쓰고 와 교수님 수업에 예의를 갖추지 못하여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추후에 꼭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기적이었던 제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 대해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강의였습니다. 나서는 것을 두려워해서 수업시간에 소극적이었던 것 교수님께 죄송하게 생각해요.. 마지막 시간에 짧은 편지로라도 교수님께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 수업이 끝나면 제일 먼 건물에 다음 수업이 있어서 마치자마자 바로 가야 했던 게 가장 가장 아쉽네요 ㅠㅠ. 저도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짧게라도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심리학 수업을 통해서 얻어가는 것이 정말 많습니다! 건강한 자기비판을 통해서 한 학기 동안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배웠던 내용을 토대로 세상을 향해 달당히 걸어가는 제가 되겠습니다.
마지막 시험 전 교수님을 보면서 좀 더 다가가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어떤 일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머뭇거림이 많은 저는 저 스스로를 자책해왔지만 이번 수업을 통해 이것도 나의 성격의 일부분이며 나는 좀 더 신중한 사람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좀 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어봐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음엔 좀 더 용기 내어 다가갈 수 있는 학생이 되어보겠습니다.
사색에 빠지게 하시고,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답게"... 이 표현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다. 학생이 살아온 시간을 조금 알게 되었기에 더욱 뭉클했던 메모.. )
메모를 남긴 학생에게 직접 말해주었다. 학생과 함께 수업할 수 있어서 나도 영광이었다고.
편지지에 쓴 편지 중 하나.
"더 나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계속 공부하겠습니다." 멋진 다짐.
청춘.
무엇이든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내가 제일 못난 것 같아 걱정이 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한.
실패와 거절이 두렵고 아픈.
그래서 더욱 자기만의 중심이 필요한, 청춘들.
그들과 함께 만든 의미 있는 시간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통해 가지게 된 다짐과 마음을 글로 전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멋지다.
뭉클한 감동과 자극을 준다.
학생들에게 보고서, 게시판, 시험지 등 어디에든 남긴 메모는 다 읽었다고,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고맙다는 인사와 응원도 한 번 더 전한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해주어 고맙습니다.
세상 속에서 고유한 "The One"의 존재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