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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03. 2019

'페이커' 이상혁과 <나를 모르는 나에게>

인연

2017년 4월 

나의 두 번째 책 <나를 모르는 나에게>가 출간이 되었다(책세상).


2017년 4월과 2018년 4월 사이

이상혁(페이커)이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읽었다. 누군가 페이커가 독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한 사이트에 소개했다.  


2018년 4월

'루케테'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 내용과 함께 본인도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읽었다는 글을 올렸다.


2018년 5월 

지인이 이 글을 보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혹시 이상혁이라는 선수 아세요?"


난 이날 프로게이머 "페이커", 페이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이상혁"이라는 청년을 처음 알게 되었다. LOL(리그오브레전드)이라는 게임을 아주 잘하는 선수로, 게임과 함께 독서를 좋아하는 내성적인

청년. 기사를 찾아보니 게임과 관련해 e스포츠 시합이 꽤 크게 열리고 있었고, 페이커는 이곳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선수였다.


며칠 후, 2018년 5월 7일

세계적인 프로게이머의 취미가 독서이고,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읽었다는 것을 알게 된 반가운 마음에 이곳 브런치에 글을 썼다.

 


이후에도 가끔 페이커 선수의 기사를 찾아 읽어보곤 했다. 시합 경쟁을 하다보니 성적이 좋 때도 있지만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때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게임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자꾸만 응원을 했다. 경기에 이기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성적이 안 좋을 때 겪는 힘든 고비를 부디 잘 이겨내기를 맘속으로 응원했다.




그로부터 1년 뒤

2019년 6월 29일

페이커가 한 신문사와 인터뷰를 했다. 게임 세계 1위 청년의 일과 삶을 소개하는 인터뷰였다.   

그런데 이곳에 다시 <나를 모르는 나에게>가 언급이 되었다. 지인 몇 명이 신문을 보고 연락을 주었다.


기사를 찾아보았다. 이 부분이었다.  

...

- 게임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칭찬과 가장 큰 욕은.

"게임 못한다는 말이 가장 기분 나쁘고, 잘한다는 말이 가장 기분이 좋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한다. 담배는 안 피우고 술은 안 좋아한다."

- 기억에 남는 책은?

"'나를 모르는 나에게'. 언제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부분에 감명받았다."


페이커가 어떤 선수인지 궁금해 인터뷰 전문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길을 치열하고 성실하게 걷고 있는  청년의 습에 나 역시 감명을 받았다. 인터뷰 중 몇 부분을 소개한다.




게임 세계 1위 '페이커' 이상혁


'말없고 내성적인 아이.'

주변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마르고 큰 키, 수줍음을 많이 탔지만, 오락실에서만큼은 아니었다. 서울 강서구 우장산동의 15평 아파트에서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과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장남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상혁(23), '페이커'라는 게임 닉네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선수다. 121만달러(약 14억원)로 전 세계 E스포츠 누적 상금 기준(롤 부문) 1위. 액수는 비공개지만, 국내 프로스포츠 선수 중 연봉도 가장 높다고 했다. 해외 언론은 그를 축구 선수 리오널 메시(영국 가디언)나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미국 ESPN)에게 비교한다.


그에겐 수많은 별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흰 티 수집가'. .. 언제나 무늬 없는 흰 티만 입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 왜 흰 티만 고집하나.
"원래 옷에 신경을 안 쓴다. (합숙 생활로) 무늬나 색깔이 있으면 누구 옷인지 헷갈린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입었다. 그런데 이제 '민짜면 전부 내 티'로 인식돼 찾기 쉬워 계속 입는다."


- 염색, 문신도 하지 않는 '모범생' 이미지다.

"이 모습을 팬들이 좋아해 주신다. 공인이다 보니 바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크다. 어린 친구들이 날 보고 따라 할 수도 있으니. 내가 안 좋은 행실을 하면 그들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 스스로 '겸손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친절하게 대한다.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이 있다.



-프로게이머 제안을 받았을 때가 고2였다. 기분은?

"올 것이 왔구나(웃음). 당시 세계 랭킹 1위였기 때문에 제안을 받을 거로 예상했다."

―바로 결심했나.

"고민했다. 역시 문제는 '돈'이었다. 당시는 프로게이머 연봉도 높지 않았고 인식도 안 좋아서. 망하면 어떻게 하지, 돈 얼마 못 벌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프로게이머 생활이 누구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라고 했다.

"그런 환경이 나에게 영향을 주진 않았다. 난 하고 싶은 게임을 마음껏 했으니깐 크게 가난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어릴 때도 돈을 많이 쓰는 성격은 아니었다. PC방 가고 싶으면 버스비 모아서 가곤 했다."



―자녀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한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할 것 같다. 내가 경험한 것들을 조언해 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자식이 나와 같은 성격이 아니라면 프로게이머를 하는 건 어려울 거 같다. 우리는 자유가 없다. 합숙 생활에 연습하느라 개인 시간도 없다. 1년에 쉬는 날이 주말·공휴일 합쳐서 30일 정도다. 다른 스포츠보다 성공하기도 어렵다. 서울대 의대 들어가는 것보다 경쟁이 세다. 대회 일정을 소화하려면 학업 병행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한다고 프로게이머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잘하고, 적합한 성격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학업을 추천하고 싶다."



중국 내 그의 인기는 대단하다. 2017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대회에서 그를 보기 위해 모인 관중은 4만여 명. 경기에 진 그가 눈물을 흘리자 그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검색어 1위가 '페이커의 눈물'이었다.

―중국의 거액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다고 들었다.

"난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서 인생 전체로 봤을 때 가장 좋을 것 같은 방향을 골랐다. SK텔레콤에 대한 의리, 나라에 대한 애국심,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성기가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처음엔 민감하게 받아들였는데, 이젠 어느 정도 감수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생활을 하다 보면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이다. 작년에 많은 패배를 하면서 나를 돌아봤다. 지금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전성기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으로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게임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게이머가 됐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는 유지하기 위해서, 부진할 땐 향상시키기 위해서. 게임을 하며 비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자기다. 그래서 2~3년 전부터는 인터넷 댓글도 안 본다. 남들 평가에 영향을 받거나 감정적으로 휘둘릴 수 있어서.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가장 정확하다. 누구도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나에 대한 평가는 내가 가장 정확하다. 누구도 나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기 관리를 부단히, 그리고 냉철하게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돌아보고 다지는 사람. "어린 친구들이 날 보고 따라 할 수도 있으니. 내가 안 좋은 행실을 하면 그들도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 스스로 '겸손해야 한다. 정직해야 한다. 친절하게 대한다. 험한 말을 하지 않는다' 등의 원칙이 있다." 말도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23세.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하며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모습이 훌륭하다. 책을 쓰며 청춘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내용을 잘 읽어주어 참 고맙다.


그리고 오늘, 2019년 7월 3일

나는 이곳 브런치에 페이커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뿍 담아서 다시 글을 쓰고 있다. 2017년에 출간된 <나를 모르는 나에게>를 한 성실한 청춘이 깊게 읽고, 2019년의 인터뷰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인터뷰 중 스스로 말한 것처럼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기 마련인 험난한 프로생활을 앞으로도 잘 관리하며, 스스로를 지키며 활동해주면 좋겠다. 나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마음을 담아 응원할 것이다. 이커 파이팅.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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