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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29. 2017

나를 외면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온 걸까요?


30대 초반인 현민 씨가 물었다. 초-중-고 내내 우수한 성적에 서울 소재 대학교 전자공학과 입학, 4년 후 졸업. 석사 학위 취득.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 입사. 현민 씨는 고비도 실패도 없이 잘 왔다. 그런데 입사 3년 후 현민 씨에게 닥쳐온 현실은 권고 퇴직이었다. 현민 씨는 얼마 전 회사로부터 더 이상 함께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을 받은 상황이었다. 현민 씨는 눈물을 쏟았다. 재직 기간은 단 3년이었다. 현민 씨는 자신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재미도 없고, 늘 지겹고, 모든 일이 그저 그랬다고 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았으니 맡은 일을 잘하지도 못했다. 자기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었을 거라고, 사실은 회사가 오래 참아준 거라고 말했다.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신 건가요?”
“부모님이 권유하셨어요. 취직 잘 되는 과라고.”
“대학원 진학은요?”
“대학원도요. 좋은 데 취직하려면 석사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퇴직에 대해 뭐라고 하시던가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냐고. 너 공부시키느라 쓴 돈이 얼만데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화를 내셨어요. 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회사에서 퇴직하게 된 데다 부모님께 꾸지람까지 듣고 마음이 급해진 현민 씨는 이제 나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과 일에서 지켜나가야 할 ‘왜’, ‘무엇을’, ‘어떻게’에 대해 스스로 정리한 답이 없었다. 답이 없으니 누군가 시키는 대로 살아왔다. 현민 씨는 인생을 받아쓰기처럼 살아가려고 했다.




현민 씨와 비슷한 청춘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 비교와 평가에 몹시 예민하다. 인정과 칭찬을 기대하며 타인의 말과 행동을 기준으로 삼는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선택하는 데에 자신의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각이 맞을 거라고,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인정하며 자신의 답을 구겨버린다. 괜히 혼자 튀지 말자고, 사람들 속에 묻혀서 가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여기며 몸을 사린다.


혜린 :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대학에 지원할 때도 대충 성적이 맞는 과에 원서를 넣었다. 전공이 싫어 미칠 지경이지만 투정만 부릴 뿐 전과는 엄두도 내지 않고 있다. 가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머뭇거리다 그만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 같다. 평생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바보짓을 했다며 후회 속에 늙고 싶지는 않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경험을 쌓으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수많은 일 중에 왜 그 일을 선택하려고 하는가?


이런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을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다. 분명한 건 의미와 목적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진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체성과 기호를 확인하며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삶과 시간이 지날수록 텅 비어 가는 삶, 이 둘의 차이는 점점 커진다.



‘왜’에 대한 답을 왜 꼭 찾아야 하는 건가요?


‘왜’에 대한 답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의미와 목적이다.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중심이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권력, 주변 사람의 강요나 지시, 승부욕만으로는 오래도록 잘 나아갈 수 없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곤란한 건 ‘왜’라는 질문에 내놓을 아무런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는 태도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수용하며 남에게 선택권을 넘겨주고 살아갈 때 인생은 주인을 잃는다.




아직 서툰 것도 불안하고 슬픈데, 내가 원하는 건 모두 나에게 등 돌리고 있는 것 같은 세상. 청춘들은 이런 상황을 더욱 자주 느낄 것이다. 초보들은 어디에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초보자를 ‘어서 오세요!’ 하고 반겨주는 곳은 드물다. 세상의 시선은 늘 나보다 잘하는 사람,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향한다. 어쩔 수 없다. 솔직히 우리 자신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해도 상황을 원망하는 대신에 돌아앉은 세상, 등 돌린 대상이 나를 볼 때까지 파고들어보자.



나는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 모든 학생이 적어도 한 번은 발표나 질문을 할 수 있게끔 한다. 그런데 학생 수가 많다 보니 가끔 챙기지 못한 학생이 생긴다. 한 학생이 종강 후에 찾아와서 말한다. “교수님, 저는 한 번도 안 시켜주셨어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들을 때마다 매번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서운했을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과 ‘왜 한 번도 스스로 손을 들지 않았을까, 왜 자신에게도 질문을 해달라고 말하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 조금만 용기를 내어 수업 시간에 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니, 그러다 한 학기가 다 끝났다니 안타까웠다.




살아오면서 나 역시 수많은 거절을 겪었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끝까지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고, 직장에서도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나보다 경험 많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우선이었다. 거절과 무시의 연속이었다.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느낌을 수없이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늘 꿋꿋했을까? 그렇지 않다. 매번 불안하고, 떨리고, 걱정되고, 암울하고, 기죽고, 속상했다. 하지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거절과 실패를 이겨내는 맷집을 기르고 또 해보는 것. 다시 해보는 것. 더 해보는 것. 기회가 왔을 때 할 수 있다고 손을 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이 최선이다.

앞으로 수많은 거절과 무시를 당할 거라고 마음먹자. 인생은 거절과 무시를 극복하고 나에게 돌아앉아 있는 세상을 돌려놓으며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거절과 무시쯤은 그러려니 해버리는 대범함도 필요하다. 준비하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기죽지도 말라.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당신 안에 있는 엄청난 가능성은 “저 여기 있어요!” 하며 제 발로 나타나지 않는다.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줄 때에야 조금씩 고개를 든다. 세상에서 당신의 가능성을 빛나게 하려면 열심히 닦아주어야 한다. 그 역할은 온전히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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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선정, 오늘의 책 선정

교보문고 홈페이지_오늘의책

*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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