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진로가 고민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해야 할 것만 하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태 : 내 전공은 경영학이다. 3학년이 되면서 회계사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배와 동기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중이다. 이게 내 길인지는……, 모르겠다.
구영 : 나는 학교에 다닌다. 내가 하는 건 단순 암기다. 수업 시간이면 교수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는다. 생각도, 이해도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시험이 끝나면 다 잊어버린다. 재미있는 것도 없고 관심이 가는 것도 없다.
발표하는 학우들을 보니 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나이도 비슷한데 어떻게 그토록 주관이 뚜렷할까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살고 있는데 말이에요.
준용 : 나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성격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서지 않는다. 이런 내가 요즘 변한 게 하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와 관련해서 종종 ‘들이대기’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우연히 알게 된 축구 관련 모임의 회장님께 연락을 드려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었다. 축구 용품을 다루는 회사에도 전화해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지 물었다. 설명은 친절했으나 결론은 거절이었다. 그런데 거절을 당하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축구에 한 발자국 다가간 것 같고 조금이라도 배운 것 같았다. 지레 겁먹고 마음 한구석 희망으로 두기보다는 조금 창피하고 헛물켜는 것 같아도 자꾸 다가가 보려 한다. 나도 내 변화가 놀랍다.
하루 종일 들여다봐야 하는 엑셀 파일이 싫었습니다. 엑셀 파일 안에 빼곡하게 들어찬 8포인트, 9포인트 크기의 숫자는 더 싫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출근을 했는데 컴퓨터를 켜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까만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