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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28. 2017

내 마음 알아주기

넌 요즘 마음이 어때?   


누군가 당신에게 물었다. 무어라 답할 것 같은가?

“응, 나는 말이야……” 하며 가슴속에 가득 들어 있는 것을 편하게 잘 풀어낼 수 있는가? “괜찮아.” “그냥 그래.” “힘들어.” 이런 간단한 대답 말고 감정의 종류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물론 타인에게 내 마음이 어떤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싫을 수 있다. 물어보는 사람에게 다 얘기해줄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나 스스로는 내 마음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그룹 활동을 한 가지 했다. 주제는 ‘부정적 정서 적어보기’. 우리가 느끼는 ‘나쁜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를 생각해보는 활동이다. 그런데 확인해보면 질문에 맞지 않은 답을 쓴 경우가 많다. 대부분 부정적 정서의 ‘종류’가 아니라, 부정적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경우’를 적는다. 기분이 ‘어떻게’ 나쁜지 대신에 ‘언제’ 기분이 나빠지는지를 적는 것이다. 배가 고플 때, 시험 못 봤을 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이런식이다.



자신이 언제 기분이 상하고,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기분이 나빠지는지는 알지만, 부정적 정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적으려니 어렵게 느껴져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우울한, 슬픈, 불안한, 떨리는……또 뭐가 있지? 이게 다 아닌가?”


우울한, 슬픈, 서러운, 불만족스러운, 지루한, 불안한, 답답한, 걱정되는, 겁나는, 주눅 든, 무기력한, 절망적인, 떨리는, 긴장되는, 화가 나는, 억울한, 기가 막힌, 아까운, 서운한, 어이없는, 부담스러운, 허전한, 허무한, 공허한, 고통스러운, 두려운, 창피한, 조급한, 아쉬운, 귀찮은, 무서운, 피곤한, 비참한, 패배감, 죄책감, 소외감, 외로움, 거부감, 수치심, 자괴감, 질투, 시기, 분노, 혐오, 경멸, 낙담, 배신감, 박탈감, 자격지심, 초조.

이 정도만 정리해도 50가지다. 모두 다른 기분, 다른 느낌을 표현한다. 그런데 청춘들은 이 많은 부정 정서를 한 단어, 한 느낌으로 통일하곤 한다. 바로 ‘짜증’이다.


“걔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다. 아, 짜증 나.”
“전철 왜 안 와. 짜증 나게.”
“시험 범위가 너무 많아. 완전 짜증!”
“다음 주 PT 어떻게 하지, 어우, 짜증 나.”
“졸업하면 뭐 하냐. 와, 정말 짜증 난다!”

슬프면 슬퍼하고, 두려우면 두려움을 알아주고 달래줘야 하는데, 자신이 슬픈지 두려운지도 몰라주고 기분이 나쁘면 대뜸 짜증이라는 단어를 불러낸다. 짜증은 ‘마음에 꼭 맞지 아니하여 발칵 역정을 내는 짓 또는 그런 성미’를 일컫는다. 벌컥 발산하는 화를 통해 해결되는 감정은 거의 없다. 마음 안에 고스란히 쌓여간다.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부정적 감정은 내면에 쌓여 우울과 불안이 된다.




안타깝게도 많은 청춘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치고, 힘들고, 슬프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괜찮다고, 괜찮아지고 강해져야 한다고 다그치며 자신을 몰아 세운다.


상우 : 나는 힘겹게 산다. 경쟁이 치열한 가시덤불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먹고 경험이 쌓이면 삶의 문제에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안 그렇다.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는 언제나 아프다. 친한 친구에게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이겨내야 한다. 내 몫이다. 많이 두려운데, 두렵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두렵다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는 상우의 고민을 들으며 나는 “당연히 됩니다. 두려운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해주세요”라고 얘기해주었다. “그게 정말로 자신을 위하는 길입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나도 마음이 몹시 힘든 적이 있었다. 나 또한 괜찮다고, 괜찮아야 한다고 억지를 부렸다. 슬프다고 말하면 슬픔에 빠져 허우적댈 것 같고, 그럼 다시는 못 일어날까봐 겁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마음이 힘든 건 나아지지 않았다. “씩씩해질 거야, 괜찮아”라는 주문은 효과가 없었다.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느끼는 힘든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기로 했다. “너는 지금 어떤 감정 때문에 힘드니? 어떤 감정이 제일 큰 거야?” 마음을 들여다봐주자 기다렸다는 듯 서운함과 슬픔이 올라왔다. 철저히 외면하고 누르고 있었던 감정이다. 그때 컴퓨터 모니터에 붙어 있는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 적힌 글자는 “괜찮아, 힘내”였다. 좋은 말이지만 나에게는 위로도 응원도 되지 않았다. 메모를 떼어내고 다시 썼다. 다 쓰기도 전에 참았던 눈물이 올라왔다.


난 괜찮지 않다. 슬프면 울자.
눈물이 나면 참지 말자. 괜찮은 척은 이제 그만하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주면서 조금씩 편안해지고 회복할 수 있었다. 나 자신에게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은 꽤 좋았다. 나는 그날 이후 조금씩 회복되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이 ‘나쁘다’고만 생각한다.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여긴다. 부정적인 감정은 정말 부정적이기만 할까? 우리가 ‘불안’을 느낄 때 하는 행동은 대부분 비슷하다.


첫째,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불안해, 불안해, 아, 어떡하지.’
둘째, 자신에게 거짓말한다. ‘나는 괜찮다, 떨리지 않는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
셋째, 스스로를 다그친다. ‘여기서 잘못하면 안 되는 거 너도 알고 있잖아!’
넷째, 포기하고 자책한다. ‘못하겠어. 난 역시 이것밖에 안 되는거야…….’


이 중 불안감을 다루는 바람직한 방법은 없다. 다시 접근해보자. 불안하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떨리는 것, 무서운 것, 조마조마한 마음. 그럼 우리는 왜 불안을 느낄까? 무엇이 그렇게 걱정되는 걸까? 우리는 잘 안 될까봐, 실수할까봐, 잘못하면 어쩌나 싶어서 떨리고 불안하다. 그런데 이 말에는 중요한 전제가 들어 있다.


불안감으로 대표되는 진짜 마음은 “잘하고 싶다”는 대견한 바람이다. 시작은 이처럼 좋다. 그런데 중간에 고비를 만난다. ‘걱정’이라는 녀석이 슬쩍 끼어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능력 발휘도 제대로 못한다. 되는 일이 없으니 자꾸 짜증이 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저렇게 잘하는데, 남들처럼 대범하지도 못하고, 불안감에 허덕이고 있는 나는 한심한 인간이 된다. ‘나 같은 게 뭘 하겠어. 관두자!’


잘못된 흐름을 잡아주자. 불안함 속에 들어 있는 좋은 마음에 주목해보자. 스스로를 더 떨게 만드는 ‘불안하다’는 말을 이렇게 바꿔보자. “사실 난 잘하고 싶은 거야. 잘하고 싶은 게 진짜 마음이야.” 그리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보자.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와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강조한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 내면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며, 특히 스스로 인정하기 힘든 반응에 사로잡힐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인정하고 조절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책임이다.


마음이 힘들면 예민해진다. 자꾸 화가 난다. 그러면 나 자신에게 야박해진다. 남들에게도 야박하고 냉정해진다. 이런 삶에 즐거움과 의욕은 없다. 들여다보고 솔직해지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거나 짜증만 내지 말고, 자꾸 뭘 더 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금 무엇때문에 어떻게 힘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스스로를 이해하고 위로해주자.



* 발표가 힘든 청춘을 위해 PT수업 진행합니다.

 내용 및 신청방법 확인(8월 20일 마감)




*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선정, 오늘의 책 선정

교보문고 홈페이지_오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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