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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28. 2017

"내가 나를 너무 모르는구나"

당신의 직업과 적성은 서로 잘 맞습니까?


한 방송국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물었다. 응답자 약 2700명 가운데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 중 불만도가 비교적 높은 여덟 명을 방송국으로 초대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나 공부가 자신과 맞지 않아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직업은 영어 교사, 정책 연구원, 의과대학생,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 전력기관 연구원, 금융회사 사무원, 인터넷 마케터, IT 회사 사무원 등이었다. ‘그만두려면 그 자리 나한테 주지. 나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많은 이들이 소망하는 직업이었다.

그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방송국에서는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주목할 만한 부분이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자신을 위한’ 길을 걷고 있었다. 검사에서 본인의 강점으로 분석돼 나온 영역을 이미 인지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약점으로 분석된 영역 또한 또렷하게 알고 있었다. “저는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대인관계지능)”, “수학이 정말 싫어요(논리수학지능)”, “방향 감각이 없어서 길 찾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공간지능)”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며, 사람을 잘 기억하지 못해도, 수학을 못해도, 방향 감각이 없어도 괜찮은 일을 하고 있었다.


자기이해지능Intrapersonal Intelligence’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알아주고 있는지와 관련한 지능이다.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높게 나타난 영역이다. 이들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겁내고 두려워하는지, 왜 그런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일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모두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권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타인의 조언과 결정을 그대로 따랐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 무진 애를 썼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욕구와 목표, 꿈과 희망은 뒤로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민이 시작됐다. “열심히 하는데 왜 잘 안 되지?” “왜 이렇게 삶이 재미가 없지?” “나는 이제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 같아”





재욱 : 적성검사를 해보니 저는 사업이 맞는다고 합니다. 음……저도 사업이 잘 맞을 것 같아요. 사업을 해야겠어요.
필자 : 왜 사업을 하라는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본인의 어떤 점이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요?
재욱 :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필자 : 그런데 사업을 하겠다고요?
재욱 :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까요. 해도 될까요? 무슨 사업을 할까요?
필자 : ……??


나를 알기 위해 심리검사나 적성검사를 받아보는 것은 물론 좋다. 도움이 되는 내용을 많이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결과는 참고 자료로만 사용해야 한다. 재욱이는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검사 결과를 그대로 따르려고 했다. 자신의 어떤 특성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어떤 사업이 맞을지를 파악하는 일이 먼저다. 학생들이 서두르며 급하게 내린 결론에 대한 내 반응은 언제나 질문이다.


- 왜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본인의 어떤 점을 고려해서 그런 결론을 이끌어냈나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나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청춘들이 어렵지만 재미도 있다고 꼽은 과제 중 하나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자신을 응축해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떠올리고 그 이유를 정리해보는 것이다. 과제를 하며 청춘은 깨닫는다. ‘내가 나를 너무 모르는구나.’ 청춘들이 고민 후에 ‘이게 나야’라고 선택한 단어는 종류도 이유도 다양하다.


혜수 : 나는 느린 사람이다. 말도 행동도 느리다. 결정 하나 하는데도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내가 답답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종민 : 나는 ‘중간’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중간이라도 되고 싶어 가만히 있곤 한다. 성격이 좋다는 얘기도 듣고 친구 관계도 원만하지만 사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내가 싫다고 말하지 않는 건 그 의견이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갈등을 겪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한 단어를 보면 그 사람의 70% 이상을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그 사람을 크게 덮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도 있고, 자신을 끌고 가는 힘인 경우도 있다. 그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고, 그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알아야 보듬어줄 수도 있고, 해결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가 긍정적이라면 당신 안에 있는 여러 특성 중 그 특성을 제일 좋아하는 것일 수 있다. 가장 자랑스럽고 기특한 면일 수도 있겠다. 자꾸 떠올리면서 쓰다듬어주고 키워주자. 부정적인 단어가 떠올랐다면 스스로 가장 마음 쓰이고 변하고 싶은 부분이라는 뜻이다. ‘아, 내가 이 점을 걱정하고 있구나’를 알아주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


윤진 : 나는 ‘청바지’다. 화려한 블라우스와 구두는 단번에 사람들 이목을 끈다. 특별한 날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불편하다. 흙이 묻을까, 음식이 묻을까, 구김이 갈까 조심해야 한다. 나는 예쁘지도 않고 화려한 언변도 없지만, 한밤 중이든 주말이든 힘들 때 의지하고 싶고 얘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 나는 청바지 같은 사람이다.


윤진이처럼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단어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이는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또렷하게 대표한다. 무엇이든 자신을 대표하는 단어를 아는 것, 그에 대해 스스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아는 것,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떠오르는 대답은 당신의 내면 세계에 대해 꽤 많은 설명을 해줄 것이다. 자신에게 가끔 물어봐주자.


“나는 요즘 무엇이지? 왜 그렇지?”




*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선정, 오늘의 책 선정

교보문고 홈페이지_오늘의책


*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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