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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28. 2017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나

방영 당시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충청도가 고향인 '빙그레'가 나온다. 의사가 되기를 원하는 엄한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 의대생이 된 빙그레는 서울 하숙집에서 지내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공부만 잘할 뿐,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느낀 빙그레는 고민 끝에 휴학을 한다. 속 깊은 선배 '쓰레기'는 빙그레에게 묻는다.  

                                        

쓰레기 : 니 뭐 딴 거 하고 싶은 거 있나?
빙그레 : 모르겠어유, 지는 지가 뭐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유.
쓰레기 : 니만 그런 거 아니다. 해태도 삼천포도 윤진이도 나정이도 그냥 성적 맞춰서 들어온 거지 뭐 다른 거 하고 싶어서 들어온 거 아니다. 니 나이 이제 스무 살이다. 모르는 거 당연하다.
빙그레 : 지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유.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를 몰라유. 기호라는 게 없어유, 나이 스물이나 돼갖고 한심하지유. 그동안 헛살았어유.



      사진. tvN <응답하라 1994> 중에서


쓰레기 선배는 빙그레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대학가요제에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포스터까지 구해다 보여주지만 빙그레는 이런저런 핑계를 들며 고개를 젓는다. 쓰레기 선배가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 한다.                                          

쓰레기 : 이 새끼는 언뜻 보면 참 순하게 생겼는데 가만히 보면 남 얘기 참 안 들어. (…) 좀 들어라. 천천히 좀 들어보고 쳐다보고 헤아려봐야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무슨 마음으로 이라는지 알거 아이가. 니 소갈머리에서 하는 소리도 좀 들어보고 헤아려봐야 니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그것도 알 거고.
니 소갈머리에서 하는 소리도 좀 들어보고 헤아려봐라.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자신의 가슴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는 뜻이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가슴에서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라는 뜻이다. 답은 그렇게 해야 찾을 수 있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종이컵으로 할 수 있는 것 가능한 많이 적어보기’라는 주제를 다뤘다. 네 명이 한 조를 이뤄서 종이컵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을 가능한 많이 적어보는 작업이다. 각 조의 조장이 돌아가면서 하나씩 발표하고, 더 이상 발표할 내용이 없는 조는 자리에 앉는다. 종이컵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가장 많이 찾은 조가 1등이 되는 것이다. 종이컵 하나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재떨이’, ‘화분’, ‘국자’, ‘저금통’ 등 초반에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만한 것들이 나오지만, 이내 독특한 방법이 떠오른다. ‘시력 검사 할 때 한쪽 눈 가리는 도구’, ‘팽이’, ‘메모지나 편지지(접착된 부분을 뜯어 넓게 펼쳐서)’, ‘화장실에 휴지가 없을 때 휴지 대용’, ‘마스크(코랑 입만이라도)’, ‘귀마개(한쪽이라도)’ 등.

학생들은 재밌어한다. 종이컵 하나를 가지고 팔십 가지를 할 수 있다니, 백 원도 안 되는 물건의 용도가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다른 건 없다. 종이컵 하나를 놓고 오래도록 보았기 보았을 뿐이다.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서 다양하고 차별화된 방법을 떠올리고 검토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자세히 봅니까? 
자신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면서 알아보려고 노력하나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나요?



자신을 모르는 것이 청춘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과정에서 자기 성찰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내내 목표는 오로지 대학이다. 대학을 위한 시험과 경쟁의 소용돌이 안에서 ‘나는 나를 좀 돌아봐야겠다’고 혼자만 숨을 고르며 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청춘이 된 이제는 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줘야 한다.         

                                 



우리에게는 남과 비슷한 평범함도 있고 자신만의 특별함과 독특함도 있다. 나에게‘도’ 있고, 나에게‘만’ 있는 모습을 파악해보자. 공들여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들여다보고 알아내는 게 시작이다. 남과 같아지려 하지 말자. 내 안에 있는, 나만의 가치를 세상 밖으로 꺼내 크게 키워주자.



* 발표가 힘든 청춘을 위해 PT수업 진행합니다. 

 내용 및 신청방법 확인(8월 20일 마감)




*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선정, 오늘의 책 선정 

교보문고 홈페이지_오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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