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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Jul 14. 2019

이력서를 써보며 확인해야 하는 것  

취업을 위해 인적 사항이나 학력, 경력 등을 기재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이력서입니다.


저는 수년간 인사 컨설팅 업무를 하며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수많은 이들의 이력서를 보았습니다. 헤드헌팅 업무를 할 때는 회사에서 원하는 한 명을 찾을 때까지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이력서를 검토하곤 했습니다. 지금까지 취업과 승진, 이직을 위해 쓰인 이력서를 족히 수천 장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력서를 살펴보고 나면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하나는 그래,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해왔고, 이런 점들에서 발전해왔구나. 앞으로는 이런 쪽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떻게 중심을 잡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그래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지가 보이는 것이지요. 이력서의 주인이 지금까지 일구어온 성장이 보이고, 앞으로 만들어갈 성장이 예상이 됩니다.


두 번째는 이와 반대되는 경우입니다. 여러 번 읽어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빈칸을 채우기 위해 이력서에 나열한 업무들은 많은데 그 내용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따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력서의 주인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핵심이 없습니다. 주도성 없이 맡은 일을 그저 수동적으로 해 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 읽고 나면 이해가 되기보다 궁금해집니다. 지금까지 어떤 역량을 키우며 일을 해온 걸까? 어떤 부분에서 성장해 왔을까? 타인에게, 혹은 면접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 분야는 무엇일까?'   




성장은 자신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일,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토대와 가능성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나온 이들 중에는 복잡하고 바쁜 직장 생활에서도 중심을 잡고 성장해가는 이들도 있는 반면, 조급한 마음으로 옆 사람과 경쟁하는 데만 열을 올리거나 똑같은 일만 반복하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 '저 사람은 잘못하고 있지만 나는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수많은 이력서와 사람들을 보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인정을 받으며 원하는 일을 해나가는 이들은 인생을 크게 바라보고 계획을 세운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계속 나아갑니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꾸준히 성장을 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장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역량이 탄탄해지며 경쟁력이 커집니다. 경쟁력이 커지면 선택권도 늘어갑니다.  


중요한 부분에 대해 내가 선택권을 가지는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15년 차 경력직 어떤 이는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감을 잃고 말합니다.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연봉도 회사에 맞추겠습니다. 그런데 오라고 하는 곳이 있을까요?" 이 말을 하는 이의 마음과 표정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을 듣는 저 역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반면에 어떤 이는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일수록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여러 제안을 검토하며 지금 있는 회사에 머물 것인지, 다른 회사로 옮길 것인지, 옮긴다면 어떤 곳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사업)을 시작해보기도 합니다. 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가는 꽤 멋진 상황입니다.      


5년 후, 10년 후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나요?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성장을 생각하며 미래를 그려볼 때 참고할 수 있는 대상이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상사들입니다. 그중에는 배울 점이 많은 상사도 있을 것입니다. 자리에 맞는 역량을 갖춘 사람, 계속 배우며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  주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즉 성장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생각만 해도 얼굴이 찌푸려지는 상사도 있습니다. ‘와,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을까?’, ‘부장이면서, 임원이면서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게 뭐야? 말만 많지 제대로 잘하는 일도 없잖아!’ 하며 한숨이 푹푹 나오게 만드는 이가 분명 있습니다. 인맥이나 반칙 등을 통해 조직 내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갔지만 걸맞은 성장은 갖추지 못한(그래서... 오래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할, 불안한 마음에 주변 사람을 더 괴롭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집니다. 억울하기도 합니다. 일도 직장도 다 싫어집니다. 저 역시 그런 상사와 함께 일하며 소화불량에 걸릴 만큼 몸과 마음이 괴로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 싫어하는데 본인만 모르고 있는 상사(혹은 그 '인간...')의 안 좋은 모습이 잘못하면 곧 내 모습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실제로 그런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장을 돌보고 신경 쓰지 않으면 시간이 지금 마음속으로 흉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미래에 내 모습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생각하며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합니다. 




성장을 생각하며 주변 상황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력 기간이 길어지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조직 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리는 점점 줄어듭니다. 어느 조직이든 경쟁이 치열합니다. 사람에 비해 자리가 부족한 상황이 되면 내가 남고 싶어도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선택에 따라 조직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나게 된 상황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면 남은 선택은 사업입니다. 창업을 하는 것이지요. '나는 돈이 많으니 일하지 않겠어' 라거나 '나는 돈 없어도 괜찮아. 이제 일 그만 하고, 돈도 벌지 않고 살 거야!'라고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승진과 사업, 둘 중 하나는 해결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사실, 둘 다 쉽지 않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꾸준한 승진도, 돈을 투자하고 사업을 꾸려가는 것도 모두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작은 카페, 아담한 서점, 농사... 욕심내지 않으면 어찌어찌 꾸려갈 수 있을 것 같고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분들은 이익을 내며 유지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세상에 쉽고, 즐겁고, 경쟁자도 없고, 돈도 잘 벌 수 있는 일은 없는 듯합니다.


나이가 들면서도 원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이 같이 단단해지고 분명해져야 합니다. 꾸준히 성장을 해 나가며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하다 보면 열심히 해도 기대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한 발짝 뒤로 물러납니다. 낙담하며 그만두고 힘을 빼버리는 것이지요. 반면에 어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잘못되었는지, 힘든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해봅니다. 그리고 계속합니다.

이런 태도와 행동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로 나타납니다. 만일 당신이 무언가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고 공부하며 계속한다면, 결국 더 잘, 더 많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조직 내 구성원이든, 프리랜서이든, 사업을 하든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이 같이 성장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력서를 써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쓴 이력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고 어떻게 일해왔는지를 정리한 이력서는 이직을 할 때 회사에서 요구하는 형식과 내용에 맞춰 쓰고 제출하는 서류에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돌아보고 이 험한 세상에서 나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기록이 되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이력서가 있을 것입니다. 조용히 앉아 내용을 검토해보기 바랍니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성장하며 고유성과 경쟁력을 키워 왔는가?

시간이 지나온 만큼 역량과 경험이 성장한 모습이 보이는가?

내 이력서를 볼 때 드는 느낌은?


내가 설명한 성장 과정에 다른 사람도 고개를 끄덕여줄까?

(직장인의 경우) 만일 내가 한 회사의 사장이고 충원을 하려고 한다면, 경력기간이 비슷한 여러 사람 중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 것 같은가? 그 이유는?


현재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앞으로 해내고 싶은 일, 끝까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성장을 돌아보고 미래를 격려하기 위한 질문들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성장과 의미 있는 성공을 응원합니다.


* (지쳐가는 일, 상처주는 관계, 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청림출판) 2장을 정리하고 사례를 더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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