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진 Jun 20. 2019

칼럼- 동호회 활동으로 삶을 이롭게 하라

'번아웃'을 '아웃'시키기

법원행정처에서 발행하는 월간 회보 <법원사람들>에 실린 칼럼입니다.


이번 6월호의 테마 "동호회,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다"와 관련해 몰입하며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을 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취미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의 이로움에 대해 써보았습니다.





동호회 활동으로 삶을 이롭게 하라

고단한 업무로 삶의 활력을 잃어가는 직장인들에게 권한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건 지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 줄 ‘에너지’이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삶의 새로운 동력을 설계해보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우리 삶을 기대 이상으로 새롭게 만든다.





번 아웃, 이젠 안녕

우리는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에너지는 점심에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아님 설렁탕을 먹을까 하는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사용되며, 이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에 부딪혀야 하는 일터에서는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갑자기 몰려드는 일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내야 하고, 기대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실망하고 화가 나는 때도 많다. 무례하고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수용해야 하고, 상대하기 싫은 사람을 대하며 참고 또 참는다. 직장 내에서 우리는 에너지를 활활 태우며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 내면에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인 데다가, 써서 없어지는 만큼 자동적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수지에 고인 물을 끌어다 쓰기만 하면 바닥을 보이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그렇게 된다. 이렇게 내적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지쳐버린 상태가 바로 ‘소진’, 영어로는 번 아웃(Burn-out)이다.


요즘 직장인들이 겪는 월요병도 소진으로 인한 현상 중 하나이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일도, 직장도, 사람도 다 귀찮고 싫어진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이 된다. 집중도도 떨어진다. 일에서도, 사람에서도 멀어지는 것이다.


긍정 심리를 연구하는 이들은 이런 현상과 관련해 직장인의 재충전을 강조한다. 그저 이 악물고 버티지 말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만큼 계속 채우는 데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에너지를 채워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취미활동이다. 일터에서 입었던 갑옷을 벗고 마음이 자연스레 가는 행동,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알라

많은 이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는 전공을 선택하거나 직업을 결정할 때만 필요하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여가시간을 잘 누리고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하다. 남들이 즐기는 것이 아닌, ‘내가’ 미소 짓고 편안하게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이해와 취미활동의 힘을 잘 활용한 배우 하정우 씨를 소개한다. 영화 <추격자>를 찍을 때였다. 그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자신을 추적하는 형사를 피해 도망 다니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는데 체력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아주 많았다고 한다. 밤에 동료들과 모여 술을 마시고 나면 피곤이 외려 더 쌓였다. 그는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하면 즐거움을 느끼며 회복할 수 있을까?’


그가 찾은 것은 그림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메모지에라도 그리는 것이 좋았다. 그림을 그릴 때면 편안하게 몰입을 하곤 했다. 이후 촬영을 마친 후에는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고 다음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자신을 잘 이해하고 돌보아준 것이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누구에게나 즐거울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이 지루하고 괴롭기까지 했다. 나 같은 사람은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 하정우 씨가 멋있다고 따라서 하다가는 스트레스만 더 쌓인다. 내가 좋아하는 건 책이다. 서점에 가서 책을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아지고, 독서를 하며 에너지를 회복한다. 이처럼 나를 관찰하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탐구해야 즐거운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



여럿’이라 더 즐거운 취미활동

취미활동을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타인과 함께할 때 좋은 점도 많다.



첫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조직 내 동호회라고 해도 업무만 할 때보다 만나게 되는 사람의 폭이 넓다. 외부 동호회라면 나이, 직업, 직장, 사는 곳, 생활 방식 등이 훨씬 더 다양하다. 경쟁이나 서열, 이해관계를 떠난 사회적 관계가 확장되는 것이다.


둘째, 내가 왜 그것을 좋아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킬 필요가 없다. 이미 내 마음이 너의 마음이고, 너의 마음이 우리 마음이다. 테니스 동호회에서는 “라켓만 잡으면 없던 힘도 나!”라는 말에 “그렇지!”하는 맞장구가 이어진다. 어떤 이는 피규어를 모으는 것이 즐겁다. 남들은 왜 다 큰 어른이 장난감을 사느냐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지만, 이들 사이에서는 작은 피규어 하나에도 부러움과 격려, 공감이 가득하다. “이번에 새로 나온 로보트 태권V를 하나 샀습니다”라고 말하면 “와, 멋집니다”, “귀한 물건이니 살살 다루세요”, “저도 얼마 전에 마징가Z를 들였답니다”하는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 마음이 통해 있으니 말이 참 잘 통한다. 업무나 성과 등 스트레스를 받는 주제를 떠나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해 폭넓은 정보를 나눌 수 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대회가 열리는지, 어떤 제품이 새로 나왔는지, 어떻게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는지, 숨어있는 좋은 책은 무엇인지 등 미처 알지 못한 정보를 나누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넷째, 일과 삶의 고단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왜 이런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부터 직장과 가정에서 겪은 힘든 일, 기분 상한 일, 고민 등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다. 직장 동료나 가족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았기에 대화가 더 편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다섯째,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과 지혜를 접하게 된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삶에는 이런 면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책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그동안 많은 직장인들을 만나며 관찰한 결과 지친 업무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이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정말 좋아하는 취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쟁이나 서열, 이해관계를 떠나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가 은근히 따뜻하고 강력한 힘이 되어 주곤 한다.


우리는 취미생활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한다.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행복감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으로 사람사회적 경험을 꼽기도 했다. 에너지 회복과 사회적 관계의 확장, 건강한 행복감을 위해 소소한 취미생활을 타인과 함께해볼 것을 추천한다.


*글쓴이 - 하유진




* 요즘 러분의 월요일은 어떻게 시작되고 있나요?

월요일 아침이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일생이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월요일 아침을 단단하 이끌어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강연후기_월급쟁이 부자들 독서모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