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진 Nov 09. 2019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읽고 싶다면  

Theory of  Mind

인공 지능(AI)이 개발되고 활약이 커지면서 더불어 강조되고 있는 인간의 능력이 하나 있다. 나와 상호작용하는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과 관련한 주관적 상태를 알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는 타인에게 공감적인 반응과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히 이끌어가도록 해주는 중요한 능력으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Theory of Mind(ToM)이라고 한다. ToM은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원하는지 추론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예측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마음 상태에 대한 정보를 사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여기서 마음 상태란 정서적인 면(affective)과 인지적인 면(cognitive)을 포함한다. 사람들에게는 마음과 생각이 존재하는데, 나와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마음이론"으로 번역되는데, 우리가 평소 많이 언급하는 "공감능력"과 관련이 깊다.    


우리 삶에 컴퓨터가 깊숙이 개입될수록 오히려 관계가 중시되고, 인간됨, 따뜻함, 배려심 같은 인간의 귀한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일의 미래를 살피는 연구자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능력과 함께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을 가진 자가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타인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 귀한 능력을 회복하고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심리학자 데이비드 키드David C. Kidd와 이마누엘 카스타노Emanuele Castano는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졌다.

첫째, 기존 연구들을 보면 소설(fiction)을 읽는 것은 공감능력과 관계가 깊다.     

둘째, 그렇다면 모든 소설(fiction)은 ToM과 관련이 있을까? 혹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읽고 행동을 예측하는데 특별히 더 도움을 주는 소설의 종류가 있을까?


연구자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소설의 종류를 구분했다. "문학소설literary fiction"과 "대중소설popular fiction"이다. 여기서 대중소설은 스릴러나 로맨스 등 독자가 흥미 위주로, 재밌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말한다. 이에 반해, 문학소설literary fiction은 음운, 문법, 의미를 표현하는 문체 기법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종종 낯설고 불편한 느낌을 갖게 해 주는데, 독자들은 이런 문장과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문학 소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문장과 문장 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핵심적인 의미를 찾아나가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데미안>과 같은 고전 소설을 생각하면 될 듯하다.


자,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해보자.

연구자들은 종류가 다른 다섯 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소설, 비소설 등 몇 가지 다른 종류의 글을 주고 읽게 한 후, ToM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테스트를 진행한 것이다.  


결과를 살펴보니 문학 소설을 읽은 그룹은 같은 시간 동안 논픽션(non fiction)이나 대중소설, 혹은 아무것도 읽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ToM 테스트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감정이 담긴 타인의 얼굴 표정을 분석하고, 주어진 상황에서 타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릴 것 같은지 등을 맞히는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문학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나타낸 것이다.  


연구자들은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예측하고 적절히 행동하는 능력인 ToM은 현대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매우 필요한 능력인데, 이 능력을 갖추는데 문학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험의 과정과 결과가 깔끔하고 명확한 이 연구는 무려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렸고, 연구가 발표된 이후 사람들에게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다른 심리학자들은 이와 관련한 연구들을 진행했는데, 신기하게도 결과가 비슷하다. 문학 소설은 ToM과 관련이 깊고, 특히 문학 소설을 오랜 기간 읽을 때, 오래 읽을수록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읽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문득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남기고 돌아가신, 희귀본으로 가득한 고서점에서 일어나는 모험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런 내용이 나온다.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그려져 있어요. 괴로워하는 사람, 슬퍼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말과 이야기를 만나고 그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만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마음까지도요.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길게 쓴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잘 이해하는 것은 인간관계 속에서  매우 중요하다.

2) 독서, 특히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문학 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3) 절한 상호용을 위해,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은 책을 많이 읽자.^^



* 참고문헌

Kidd, D. C., & Castano, E. (2013). Reading literary fiction improves theory of mind. Science, 342, 377-380.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슬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