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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Aug 11. 2018

"친구가 없어서 외롭고 슬퍼요"

* 이번 달 <교보생명_교보에듀케어 명사 칼럼코너>에 게재한 글입니다. 지난 2월부터 3달에 한 번씩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이번 글은 좀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 올립니다.  

1) 청소년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써보았습니다. 친구 문제로 고민이 있는 자녀나 동생 등이 있다면 함께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2) 직장인분들의 경우 학교, 친구 등의 단어를 직장, 동료 등으로 바꾸어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회사에 또래 동료 두 명이 있는데 옆에서 자기들끼리만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즐거워합니다. 외롭고 속상해요.”


한 직장인이 털어놓은 고민입니다. 동료들에게 외면과 소외를 받으며 마음이 많이 상한 듯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학교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나요? 혹 친구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것 같아 속상하고 우울한가요? 학교나 학원에서 친구들에게 소외를 당하면 마음이 많이 상하고 우울해집니다. 학교에 가기도 싫어지지요.

외면과 소외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연구가 있어 소개합니다.     


외면과 소외감_연구 1

연구자는 사람들을 3명씩 한 조로 만든 후 서로 공을 주고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 속에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3명 중 단 한 명만 실험에 참가한 일반인(피험자)이었고, 나머지 두 명은 연구자들에게 미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둘이서만 서로 공을 주고받으라고 말이지요. 연구자는 의도적으로 세 명 중 한 명이 외면받고 소외되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간이 지나고 확인해보니 공을 받지 못한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화가 나고 분노를 느끼며 슬퍼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느끼는 자존감도 떨어졌고, 상황을 스스로 원하는 방식으로 끌어갈 수 있다고 여기는 통제감도 떨어졌습니다. 자신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모르겠다는 의문마저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잠깐 함께한 공놀이에서 소외되었을 뿐인데도 말이지요.    


외면과 소외감_연구 2

연구자는 상황을 바꾸어 다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에는 공놀이를 컴퓨터상에서 하게 한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하는 컴퓨터 게임처럼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3명이 한 팀이 되어 공을 주고받는 상황을 만들어 본 것이지요.


이번 결과는 어땠을까요? 자신을 외면하고 소외시키는 다른 두 사람이 내가 직접 보고 있지도 않고, 실제로 공놀이를 하는 상황도 아니니 좀 괜찮았을까요? 마음이 덜 상했을까요?

결과를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상공간에서 진행된 공놀이에서도 외면당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은 역시나 모두 마음이 상했고, 통제력과 존재감과 자기 가치감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면과 소외감_연구3

연구자는 조건을 더 느슨하게 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에게 상황을 있는 그대로 모두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제부터 컴퓨터로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할 것인데, 상대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다. 컴퓨터는 연구자들이 미리 짜 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무작위’로 공을 주고받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미리 내용을 미리 다 알고 있으니 마음이 덜 상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공을 받지 못해도 ‘내가 뭘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나?’ 하며 고민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이렇게 짜였나 보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같았습니다. 가상의 인물들과 미리 짜인 프로그램에 따라 공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아도, 막상 공을 받지 못한 이들은 마음이 상하고 슬픔을 느꼈습니다.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상대가 누구이든, 그 상황이 내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든 아니든, 상대방이 나를 의도적으로 따돌리건 그렇지 않건 간에, 소외와 외면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만큼 우리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경험과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라는 의미이지요.




청소년기 여러분은 특히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기입니다. 학교에서 이동 수업을 할 때도 같이 움직이고, 방과 후와 주말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비밀 이야기를 하고 함께 쇼핑과 게임을 하는 것이 참 즐거울 때입니다. 연구에서 본 것처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잠시 소외를 당해도 상처를 입는 것이 우리들인데, 학교에서 늘 보는 친구들이 대놓고 나를 따돌려서 외톨이가 된다면 이루 표현할 수 없이 괴로울 것입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할 겁니다. 계속 생각하게 될 거예요.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걸까? 내 성격이 이상한가?’ 이런 생각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 나는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인 걸까?’     

소외감으로 인한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


친구들이 나를 외면하는 것 같다면 마음이 정말 힘들 거예요. 그런 여러분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구가 많고 적음을 떠나 나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잘 넘기는 것이 필요하답니다. 지금부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로는, 괴로워도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그래, 나는 요즘 친한 친구가 없어.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파.’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안아주고 위로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원래 사람들은 이럴 때 마음에 상처를 입는 법이래. 내가 지금 슬프고 힘든 건 특별히 마음이 약하고 못나서가 아닌 거야.’  

두 번째로는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친한 친구가 없는 것은 여러분이 무얼 특별히 잘못해서가 아니라 잘 맞는 친구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아직’ 미숙한 면이 있어서일 수도 있지요.


저도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해서 성격을 바꿔 보려고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을 주기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상처만 더 입었던 것 같아요. 이건 아니다 싶었지요. 이후로 저는 그냥 혼자 지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를 곁에 두었습니다.

바로 입니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하며 친구들을 관찰했습니다. ‘아, 저런 모습은 좋지 않구나, 저런 말과 행동은 참 좋구나, 책에서 배운 그런 모습이네. 친구가 생기면 나도 저렇게 해줘야지!’ 이렇게 배우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 친구가 생겼습니다.     


여러분도 책을 가까이해보세요. 외롭고 힘들 때 좋은 벗이 되어줄 것입니다. 빨리 학교와 학원에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급해하지 마세요. 여러분에게는 아직 시간도 많고, 세상에는 여러분이 아직 모르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스스로 마음과 생각이 좀 더 깊고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다 보면 좋은 친구를 만나고 사귀게 될 거예요. 저를 믿으세요.


아울러 미리 부탁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좋은 친구가 생기면 주변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픔을 아는 사람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고, 따뜻한 손을 건넬 수 있는 법이니까 말이지요.



책을 가까이하고 진실한 우정을 쌓아가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좋은 벗이 되어줄 여러분의 단단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참고문헌

Williams, K. D., Cheung, C. K. T., & Choi, W. (2000). Cyberostracism: Effects of being ignored over the interne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748-762.

Williams, K. D., & Nida, S. A. (2011). Ostracism: Consequences and Coping.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y, 20, 71-75.

Zardo, L., Williams, K. D., & Richardson, R. (2004). How low can you go? Ostracism by a computer is sufficient to lower self-reported levels of belonging, control, self-esteem, and meaningful existe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 560-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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