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정서 vs. 부정 정서
사무실 근처 카페에 적힌 문구.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바라보다 찍어 봤다.
더 많이 즐거워하고
걱정은 더 적게 하라.
좋은 말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실행은 좀.. 어렵다.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 마음인데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아야지', '불안해하지 말자'라고 간절히 다짐해도 걱정이 안 되거나 덜 불안해지지는 않는다. 걱정과 불안에 신경 쓰다 보면 즐거움도 놓치게 된다.
그런데 동시에 둘 다가 어렵다면 둘 중 하나만 선택해보는 것도 괜찮다. 자신에게 좀 더 만만하게 다가오는 걸 실천해보는 거다.
걱정을 줄이거나, 아님 좀 더 즐거워하거나.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격이 있는데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것도 성격이다.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적인 면이 크다. 그래서 자신이 걱정과 불안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때문에 힘들고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도 의지와 다짐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은 아마 걱정을 줄이거나, 좀 더 즐거워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부분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후자가 좀 더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걱정을 줄이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누가 걱정하고 싶어서 하나.. 계속 걱정이 되고 불안한 걸 어쩌라고..'
Don't worry, Be happy.
'Be happy' 하고는 싶은데 'Don't Worry'가 참 어렵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는 덜 걱정하고 덜 불안해하기가 어렵다는 이들에게 '조금 더 많이 즐거워하기'를 권한다. 이게 조금 더 쉽다. 생활 속에서 긍정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활동들, 어렵지 않게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기, 거울 볼 때마다 나를 향해 + 일하다가도 문득 한 번 더 웃어보기, 파란 하늘 올려다보기, 좋은 음악 들으며 긴장 풀기, 샤워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 느끼기, 작은 일에도 고마움 표현하기,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맛 제대로 느껴보기,..
생각해보면 평소에 놓치고 있는 좋은 순간들이 많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잔잔하지만 즐거운 경험들도 꽤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정말 둘 중 하나만 해도, 다시 말해 부정적인 정서는 그대로 두고 긍정적인 정서를 좀 더 자주 느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까? 아무래도 효과가 미미한 건 아닐까?
정서와 건강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긍정 정서를 많이, 자주 느낄수록 면역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나 걱정, 불안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느낄수록 건강과 면역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부정적인 정서나 스트레스가 건강과 면역력을 해치는 효과보다 긍정적 정서가 건강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더 크고 강하다. 한 연구를 보면 긍정 정서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감기에 더 적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평소에 그 사람이 부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어떻게 느끼느냐와 관계가 없었다. 부정적인 정서가 많든, 적든, 강하든, 약하든 긍정 정서를 많이,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렸다는 의미다. 이 외 많은 연구들이 긍정 정서는 부정정서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주며, 안 좋은 일에 닥쳤을 때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에게는 두 정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데, 긍정 정서는 부정정서가 더 커지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부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더라도 그만큼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느껴주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Don't Worry' 해야만 'Be Happy'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우리가 꼭 'Be happy'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일상 속에서 긍정 정서를 조금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도 꽤 괜찮다. 가볍게 여기고 흘려버리는 좋은 순간만 제대로 누려도 긍정적인 감정을 차분하고 기분 좋게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작은 기쁨을 "자주" 누릴 때 행복감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잡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하는 대신, 일상의 좋은 것을 바라보고 미소도 한 번 지어보며 균형을 맞춰보자.
Enjoy More, Worry Less
동시에 둘 다 할 수 있으면 물론 제일 좋다.
안 되면 둘 중 자신에게 좀 더 쉬운 쪽으로 다가가면 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Enjoy Less, Worry More'하는 것이다. 걱정을 점점 더 많이 하고, 걱정과 불안에 몰입해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것이 가장 나쁘다.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보자. 자신이 걱정과 불안이 많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삶의 소중한 작은 순간을 잡고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Cohen, S., Doyle, W. J., Turner, R. B., Alper, C. M., Skoner, D. P. (2003). Emotional Style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Pyschomatic Medicine, 65, 652-657.
* Tugade, M. M., Fredrickson, B. L., & Barrett, L. F. (2004). Psyhological resilience and positive emotional granulairy. Examining the benefits of positive emotions on coping and health. Journal of Personality, 72, 1161-1190.
* 홈페이지 - 하유진심리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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