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유진 Mar 08. 2018

Enjoy vs. Worry

긍정 정서 vs. 부정 정서


사무실 근처 카페에 적힌 문구.

인상적이어서 한참을 바라보다 찍어 봤다.



더 많이 즐거워하고
걱정은 더 적게 하라.


좋은 말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행은 좀.. 어렵다.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내 마음인데 내 생각처럼 되지 않.   

'걱정하지 말아야지', '불안해하지 말자'라고 간절히 다짐해도 걱정이 안 되거나 덜 불안해지지는 않는다. 걱정과 불안에 신경 쓰다 보면 즐거움도 놓치게 된다.


그런데 동시에 둘 다가 어렵다면 둘 중 하나만 선택해보는 것도 괜찮다. 자신에게 좀 더 만만하게 다가오는 걸 실천해보는 거다.    

걱정을 줄이거나, 아님 좀 더 즐거워하거나.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격이 있는데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것도 성격이다.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진 기질적인 면이 크다. 그래서 자신이 걱정과 불안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때문에 힘들고 우울하다는 것을 알아도 의지와 다짐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은 아마 걱정을 줄이거나, 좀 더 즐거워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부분을 읽으며 직관적으로 후자가 좀 더 낫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걱정을 줄이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누가 걱정하고 싶어서 하나.. 계속 걱정이 되고 불안한 걸 어쩌라고..'


Don't worry, Be happy.


'Be happy' 하고는 싶은데 'Don't Worry'가 참 어렵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는 덜 걱정하고 덜 불안해하기가 어렵다는 이들에게 '조금 더 많이 즐거워하기'를 권한다. 이게 조금 더 쉽다. 생활 속에서 긍정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활동들, 어렵지 않게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타인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기, 거울 볼 때마다 나를 향해 + 일하다가도 문득 한 번 더 웃어보기, 파란 하늘 올려다보기, 좋은 음악 들으며 긴장 풀기, 샤워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 느끼기, 작은 일에도 고마움 표현하기,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기, 건강에 좋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맛 제대로 느껴보기,..

생각해보면 평소에 놓치고 있는 좋은 순간들이 많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잔잔하지만 즐거운 경험들도 꽤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정말 둘 중 하나만 해도, 다시 말해 부정적인 정서는 그대로 두고 긍정적인 정서를 좀 더 자주 느끼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까? 아무래도 효과가 미미한 건 아닐까?




정서와 건강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긍정 정서를 많이, 자주 느낄수록 면역력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나 걱정, 불안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느낄수록 건강과 면역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부정적인 정서나 스트레스가 건강과 면역력을 해치는 효과보다 긍정적 정서가 건강을 좋게 해주는 효과가 더 크고 강하다. 한 연구를 보면 긍정 정서를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감기에 더 적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평소에 그 사람이 부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어떻게 느끼느냐와 관계가 없었다. 부정적인 정서가 많든, 적든, 강하든, 약하든 긍정 정서를 많이,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누렸다는 의미다. 이 외 많은 연구들이 긍정 정서는 부정정서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주며, 안 좋은 일에 닥쳤을 때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사람에게는 두 정서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데, 긍정 정서는 부정정서가 더 커지지 않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용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부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더라도 그만큼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느껴주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Don't Worry' 해야만 'Be Happy'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  


그리고 우리가 꼭 'Be happy'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평소 일상 속에서 긍정 정서를 조금 더 자주 느끼는 것으로도 꽤 괜찮다. 가볍게 여기고 흘려버리는 좋은 순간만 제대로 누려도 긍정적인 감정을 차분하고 기분 좋게 많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순간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작은 기쁨을 "자주" 누릴 때 행복감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잡으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걱정이 되면 그냥 걱정하는 대신, 일상의 좋은 것을 바라보고 미소도 한 번 지어보며 균형을 맞춰보자.


Enjoy More, Worry Less


동시에 둘 다 할 수 있으면 물론 제일 좋다.

안 되면 둘 중 자신에게 좀 더 쉬운 쪽으로 다가가면 된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은 'Enjoy Less, Worry More'하는 것이다. 걱정을 점점 더 많이 하고, 걱정과 불안에 몰입해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 것이 가장 나쁘다.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생각해보자. 자신이 걱정과 안이 많은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수록 삶의 소중한 작은 순간을 잡고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Cohen, S., Doyle, W. J., Turner, R. B., Alper, C. M., Skoner, D. P. (2003). Emotional Style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Pyschomatic Medicine, 65, 652-657.

* Tugade, M. M., Fredrickson, B. L., & Barrett, L. F. (2004). Psyhological resilience and positive emotional granulairy. Examining the benefits of positive emotions on coping and health. Journal of Personality, 72, 1161-1190.





* 홈페이지 - 하유진심리과학연구소

* mail - grace@hainstitute.co.kr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hai.psychology

매거진의 이전글 신체적 매력과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