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나를 모르는 나에게」 책의 저자로 알게 된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 하유진 대표를 만났다. 연구소 대표, 교수, 작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고, 혼자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에 대해 웃으며 결국은 사람과 마음에 관한 하나의 일이라 하였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인터뷰는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힌트를 주며 마무리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를 운영하는 하유진입니다. 일과 삶의 의미, 성장을 주제로 상담과 컨설팅을 하고 대학교에서 심리학 수업을 하며, 책도 쓰고 있습니다.
#연구소 운영
Q.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과거 헤드헌팅, 인사컨설팅 일을 하면서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많은 직장인 분을 만났어요. 그들이 가진 고민에 도움을 주고자 상담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하면서 석․박사 공부를 했고, 박사 취득은 마흔이 넘어서 했어요. 박사후 연구원(포닥) 과정까지 마치니 사십 대 중반이 되었죠.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 그동안 사회에서 일한 것, 공부한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을 찾아보았어요. 결론적으로 하유진 심리과학연구소를 만들게 되었죠.
Q. 연구소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주제는 소명 의식과 자기 관리예요. 소명 의식을 내가 의미를 두는 일을 열심히 하고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두는 것이라고 할 때, 경쟁 사회에서 소명 의식을 갖추는 게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업을 대상으로 소명 의식 관련된 컨설팅, 교육 업무를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할 때 소명 의식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고, 기업 구성원들의 소명 의식을 진단하고 분석해서 워크숍 형태로 교육도 하고 있어요.
기업의 임원, CEO를 대상으로 일대일 상담도 진행하고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마음도 힘들고 머리도 아플 때가 있어요. 그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터놓기에 힘들 수 있죠. 그럴 때 저에게 상담과 코칭을 같이 받으면서 마음을 돌보며 해결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Q.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을 꼽는다면요?
작은 회사일 때부터 키워온 회사에서 나가게 된 임원 분이 오셨어요. 업무적으로는 뛰어났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본인은 직원 사이에 갈등은 없다고 말을 했어요. 진단지를 통해 본인 스스로 그리고 직원들이 바라보는 그 임원 분의 특성을 진단했습니다. 분석을 해보니 임원 분 스스로 한 대답과 팀원의 대답이 완전히 반대였어요. 예를 들면 본인은 타인의 의견을 잘 받아준다고 하였지만, 팀원 분들은 이 분이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답이었죠. 이 결과를 표로 만들어서 드렸어요. 결과를 보시고는 부끄럽다, 그런데 나는 진짜 몰랐다는 말과 함께 이건 두고두고 잊지 않겠다 말하고, 매일 결과지를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다닌다고 했어요.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알아가면서 변화된 케이스를 보면서 저도 보람을 느꼈고, 공부도 많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제 모습을 돌아보며 반성을 많이 했어요.
또 다른 분은 ‘괜찮다’가 모토이신 분 이었어요. 정말 괜찮을 때 괜찮다고 말하는 건 괜찮지만, 저한테 상담하러 오셔서까지 괜찮다고 하는 것은 반드시 깨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하루는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보니 “괜찮아요.”라고 하셨어요, 사실 괜찮냐고 물어보면 “뭐가요?”라는 반응이 보통 돌아오거든요, 그런데 질문도 없이 바로 괜찮다고 말하는 건 그분의 패턴이었던 거죠. 다시금 괜찮은지 몇 번에 걸쳐 물으니 감정이 터져 나오듯 우셨어요. 그 이후로 솔직하게 본인이 뭐가 힘든지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진행했어요. 마음의 중심을 잡게 된 사례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Q.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이 있나요?
특히 임원이나 CEO분들이 가진 고민에 대해서는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해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상담을 하고 나서의 제 에너지 관리도 잘해야 해요. 저의 경우 정말 아무것도 안 하면서 가만히 있던가, 산책하면서 에너지를 채워주고 다음 일을 하죠.
#일과 함께한 공부
Q. 헤드헌팅 일을 하면서 상담 교육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헤드헌팅은 인터뷰할 때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력을 갖추었는지,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상담을 하고 있더라고요. 일하면서 본인이 마음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계셨고, 저는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상담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하여 상담을 공부했어요.
Q. 상담 교육 공부에 이어 산업 및 조직심리학을 박사과정으로 공부한 이유가 있나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주제가 많은 분야가 심리학 중에서도 산업 및 조직심리였어요. 저는 동기부여를 통해 역량을 높이고, 심리적 안녕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죠. 저에게도 그리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Q. 일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박사 진학할 당시 저는 직장도 다니고, 결혼하고 아이도 있었어요. 교수님들도 저를 뽑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고 저조차도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저는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수업을 들을 때, 논문 쓸 때도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박사 논문 쓰기 전까지는 계속 일을 해서 하루에 2시간만 자고 공부했어요. 공부하면서도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힘들고 어려웠지만 다 하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제가 박사 공부를 한다 했을 때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못한다고 했어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느꼈고,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겁도 당연히 났죠, 하지만 결국 다 할 수 있더라고요.
#학교에서 학생들과의 만남
Q. 연세대에서 3년 연속 우수강의로 뽑혔고, 현재 경희대에서 강의하고 있는데 강의를 어떻게 처음 하게 되었나요?
처음 연세대학교에서의 강의는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하며 강의를 시작했지요. 지금 강의하고 있는 경희대의 경우 학생들이 심리학 수업에 대한 요구가 있어 수업을 여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강의 준비, 많은 학생들의 보고서 검토와 시험 채점 모든 것을 혼자 다 하고 있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나의 수업만 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점이 우수강의 타이틀을 만들 수 있게 한 것 같나요?
제가 만난 학생들이 착한가 봐요(웃음).
생각해 보면 저는 학생들과 소통을 잘하고자 노력을 해요. 90명 많게는 200명의 학생의 이름을 외우죠. 무언가 열심히 하려고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예쁘고, 수업과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거나 지쳐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고, 도움이 되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합니다. 강의 시간은 온전히 같이해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휴강도 없고 수업을 일찍 끝내는 일도 거의 없고, 책 많이 읽어라 공부 열심히 해라 하는 잔소리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학생들이 싫어할 수도 있는데 진지하게 임해주어 매우 고마워요.
이 고마운 마음에 하나라도 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했고 고맙게도 학생들이 그 마음을 알아줬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어요. 학생들이 굉장히 고맙고, 사회가 힘든데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이 아닌 글로 전하는 이야기
Q. 『내가 이끄는 삶의 힘』, 『나를 모르는 나에게』,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 총 세 권의 책을 쓰셨는데 책을 집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일을 하면서 자료를 잘 찾을 수 있는 것이 책이라는 생각을 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소명의식calling이었습니다. 저 역시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중에 마음에 와닿은 주제였고 공부를 하면서 저 스스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구소를 시작하며 소명의식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출판계 쪽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상황에서 원고를 써서 투고했는데 다행히 좋은 편집자 분을 만나 『내가 이끄는 삶의 힘』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책인 『나를 모르는 나에게』는 연대에서 만난 학생들과의 3년이라는 소중한 시간 그리고 그 외에도 만났던 많은 청춘의 이야기를 엮고, 청춘들과 함께 나눠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썼습니다. 아직 어리고 여린 시기라고, 고민하고 방황해도 괜찮다고, 이제부터 잘 시작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월요일 아침의 심리학』인데요, 일의 의미와 소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실생활에 잘 적용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Q.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첫 번째 책은 열심히 쓰면서도 막상 서점에 제 책이 있는 것이 상상조차 안 될 만큼 막막했어요. 쓰면서 정말 힘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이 들었습니다. 완성된 원고를 투고할 때도 너무 떨렸죠.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보냈는데 연락이 없어서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다른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죠. 될 때까지. (웃음) 그렇게 용기 낼 수 있던 이유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Q, 책으로 더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생각하고 있는 주제가 있기는 합니다. 요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에 불안이 매우 크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그렇더군요. 저 또한 불안을 많이 느끼는 성격이기에 저처럼 내향이고 불안을 많이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요즘 고민하고 있답니다. 자료를 모으는 중인데, 책이 나오면 한 권 선물할게요. (웃음)
#일과 소명 의식에 대하여
Q. 많은 일을 바쁘게 하시는데 일과는 어떤가요?
일과가 어떻게 보면 되게 단순해요. 앞서 말한 일들(기업교육 및 컨설팅, 1:1 상담, 코칭)하고, 책 읽고, 글 써요. 보통 저녁 10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날이 많습니다. 하지만 쉼이 필요할 때는 쉬어요. 제 자신이 너무 지치지 않게 잘 관리를 해주는 거죠. 일이다 보니 어렵고 힘이 들 때도 많지만, 그만큼 의미도 보람도 커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Q. 여러 일을 함께하면 혼란스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심리과학 연구소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모두 사람과 일, 마음과 관련한 일들입니다. 강의도, 상담도, 저술도 모두 같은 맥락에 있는 하나의 일이에요. 의사를 하면서 변호사를 하고 경영을 하는 것처럼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은 맥락 안에서 이어지는 하나의 일인 거죠. 다만 늘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요. 스스로 아쉬움이 느껴질 때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래서 에너지를 집중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논문과 책 읽고, 강의하고, 상담하고, 다시 공부하고, 글로 나눕니다. 제가 아는 것을 전하는 수단이 말이냐 글이냐 이 차이일 뿐이죠.
Q. 하유진 대표님의 소명은 무엇인가요?
저는 마음이 힘들고 일과 삶에서 중심을 잃은 분들이 마음의 힘을 되찾고 중심을 잡아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소명이에요. 누구에게나 마음의 힘이 있고 삶에 대한 자신만의 소명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어느 날 하고 싶은 일이 반짝! 떠올라서 “나는 이 일을 할 거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는 기대를 갖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 길은 경험과 자료가 쌓이면서 천천히 보입니다. 저도 여러분 나이였을 때 “나는 50대가 되었을 때 인사 컨설팅 일을 하고 박사가 되어 상담과 코칭을 하고 있을 거야!”라는 확신은 없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자꾸 들여다보고 세상 속에서 거절당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밟으며 길을 찾아온 거죠. 어떤 일에 대해 정말 이건 아니다, 나와는 완전히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안 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면 해보는 게 좋습니다. 많이 공부하고 자꾸 해보세요.
여러 경험을 하는 것과 함께 기록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일이 왜 좋았고, 왜 이 일은 잘 맞지 않았는지 생각하고 정리를 해야 해요. 나와 내 인생에 대한 정보를 쌓아가는 거죠. 지금 여러분 나이에는 확실한 방향을 못 찾는 게 당연해요. 본인이 뒤떨어져서 방향을 못 찾는 거라고 자책하지 마세요. 인생의 방향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원하는 일을 결정해도 기회가 쉽게 열리는 것도 아니니 마음이 더 힘이 들지요. 얼마 전 TV 프로그램을 보니 공무원 시험에 연달아 실패하고 맘고생이 심했던 한 청춘이 우연한 기회에 물고기를 키우게 된 후 아예 시골에 내려가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청춘도 방황하다가 늦게 알게 된 겁니다.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고 관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 먼 시골에서 운영이 될까 싶지만, SNS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세상의 변화를 읽으세요. 자꾸 부딪히고 경험해보세요. 그런 시간 속에서 분명 내 길이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