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법대 최초 아시아 여성 종신교수인 석지영 교수의 에세이집.
저자는 어린 시절 좋아하던 발레를 하지 못하게 된 이후부터 자신을 온전히 이루어 가는 삶을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삶에 거리감을 가지고 살았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기도 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의미를 느끼지도 못했다. 그러던 20대 어느 날, 몇몇 선생님들이 석지영의 절망과 두려움, 갈망을 알아주고 다가왔다. 저자는 이 시기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학부 과정이 끝나갈 무렵, 나는 십 대 시절의 내가 두 눈을 질끈 감고 내 안에 도사리고 있던 분노와 슬픔을 여러 해 동안 모른 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껍데기가 아닌 나 자신처럼 느끼게 했던 소중한 발레 공부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빼앗겼으면서도 그로 인한 분노와 슬픔과 대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한 아픔도 풀지 못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나는 겁을 먹은 채,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을 꺼리게 된 것이다. 반쯤 잠이 든 상태, 마취된 듯한 상태에 잠겨 나는 무수한 가능성을 향해 나 자신을 활짝 열어젖히지 못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건다는 것도,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너무나 두려웠다. 탁월함을 추구하고 그에 걸맞은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런 시도를 했다가 힘없이 빼앗기고 말았던 발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적당히 일하고 너무 마음을 쏟지 않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느껴졌다. 그러한 벽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나의 경우, 끝까지 돕겠다는 의지로 나를 세게 밀어붙인 스승들이 있었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족 없이, 그저 ‘넌 할 수 있어’라는 단순한 메시지를 나에게 건넸던 선생님들이었다. 그리고 내 안에 숨어 있던 열망을 다시 일깨우고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라 느껴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허락했을 때 벽은 비로소 완전히 무너졌다. (143-144 쪽)
우리 앞에도 벽이 있을지 모른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막는 내가 만든 벽. 나의 탁월함을 가두어 두는 벽. 가만히 있으면 점점 더 높아지고 두꺼워지는 벽. 나 자신을 만나려면 무너뜨려야 하는 벽.
파울로 코엘료의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문학동네)에서 주인공 베로니카도 '그딴 바보짓'이라는 생각의 습관이 만든 벽 안에 살고 있었다.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무언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뭔가를 바꾼다'는 말은 '벽을 무너뜨린다'는 의미다. 자신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베로니카는 삶이 괴로워 선택한 자살 시도 후 의식을 회복하면서 깨달았다. 자신에게는 무언가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많다는 것을. 석지영 교수는 선생님들의 응원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속에 있는 열망을 들여다보았다.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벽을 무너뜨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한 번에 와르르가 어렵다면 조금씩 서서히 해도 된다.
나에게 '그딴 바보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자.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삶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마음속 울림을 실천하며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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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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