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
한창 젊고 건강한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푸른 봄철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또는 그 시절.
청춘이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라는 정의는 꽤 오래전에 내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고 기대수명이 100세에 이르는 요즘은 좀 다르게 계산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리가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래 산다는 것을 고려할 때 나이 및 나이와 관련한 명칭에 대한 기준과 판단을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환갑잔치를 많이 했다. 60세까지 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환갑잔치를 거의 하지 않는다. 60세까지 살았다는 것이 잔치를 벌일 만큼 드물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갑잔치의 자리를 칠순잔치가 대신하다가 요즘은 80세가 되어야 자리를 마련하곤 한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듯 요즘 신체나이는 실제 나이에 0.8을 곱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현재 60세는 60X0.8=48, 48세다. 50세인 사람은 40세가 되고, 40세인 사람은 32세, 30세인 사람은 24세가 된다. 이를 '나이의 시대 보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이전보다 신체적으로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말이다. 시대 보정을 위한 곱하기 0.8이 신체적인 나이에만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사회적 위치나 경험의 정도, 내적인 성숙도나 정신적 나이 등도 모두 해당된다. 우리는 내적, 외적으로 모두 과거에 비해 젊게 긴 시간을 산다.
같은 방법으로 나이를 보정해보면 과거 10대 후반이 지금 20대 초반이 된다. 과거 30세는 지금 37세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 37세는 개인 신체적, 정신적으로 과거 30세가 조금 안 된다.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짧았던 상황에 맞춰 정의한 '10대 후반에서 20대'인 청춘에 해당되는 나이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로 확대된다.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 30세이면 과거 24세, 35세이면 과거 28세 정도의 삶을 산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래서 그 정도밖에 할 수 없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나이 기준에 맞춰 자신을 재촉한다. 25세가 되면 무엇이든 혼자 다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생각한다. 이전처럼 열 살을 기준으로 나누어 서른이 넘어가면 청춘도 끝이라고 여긴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모든 것이 결정이 나버렸다고 판단하고 내 가능성은 더 이상 커질 수 없다고 슬퍼한다. 번듯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데 대한 자책과 조급함에 눌려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기회도 주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청춘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청춘은 개뿔. 말만 나와도 욕하고, 비꼬고, 화를 낸다. 청춘이라는 말이 나쁜 것처럼 되었고,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은 표현이 돼버렸다.
안타깝다. 누가 뭐래도 청춘은 아름다운 단어다. 인생에서 좋은 때다. 자신만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청춘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아름답고 좋을 수 있는가.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무엇이 부러운가. 두 가지가 떠올랐다. 시력과 체력. 있을 땐 몰랐다. 그저 당연하게 여겼다. 이제는 안다. 노안이 와서 글을 읽으려면 평소에 끼고 있는 안경을 돋보기안경으로 바꿔 껴야 하고, 바쁘게 움직이고 난 다음날은 몸이 돌덩이가 된 듯 피곤함을 느끼는 지금은 깊이 느낀다. 시력과 체력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말이다. 눈과 몸에서 줄어드는 힘이 정말 아쉽다.
청춘은 이 둘을 가졌다. 인생에서 최고 수준인 시력과 체력이라는 자산을 충분히, 부단히 사용하자. 아낄 필요 없다. 아니, 아끼면 안 된다. 눈의 힘으로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몸의 힘으로 많이 움직이고, 많이 부딪혀야 한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뛰고 머리로 생각하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20대, 30대에 벌써 인생이 다 결정 났다고 여기며 좋은 변화는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어깨를 내리고 살면 안 된다.
청춘. 기간이 길어진 만큼 내내 푸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청춘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러니까 '나이의 시대 보정'을 적용해 30대 후반까지 인생의 푸름을 싹 틔어 놓으면 된다.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지 말자.
나만의 잎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어렵고 힘이 든다. 누구나 다 그렇다.
나만 부족하고 나만 특별히 못나서 잘 못하고 있는 거라고 자책하지 말자. 조급한 마음에 결과를 빨리 보려고 하면 불안해지고 중심을 잃는다. 잘하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많은 것을 이루는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있을 수 있는 힘든 일을 예상+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각오할 때 의지와 에너지를 끌어올려 더 많이, 오래도록 노력하게 된다는 의미다.
인생은 길다. 길게 보고 준비하자. 인생의 승부는 그렇게 빨리 결정되지 않는다. 조급해하지 말자. 가진 것을 활용해 의미 있는 시간을 쌓아보자. 나를 위해 시력과 체력을 제대로, 부단히 사용한 결과는 반드시 좋게 온다. 만일 누군가 노력 따위는 필요 없고 의미도 없다고, 한 번 사는 인생 젊을 땐 즐기는 게 최고라고 말하며 청춘과 노력을 폄하한다면 조용히 듣고 넘겨라. 여유와 즐거움을 포기하고 외면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리기 위해서는 목표와 목적에 대한 몰입과 인내의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뜻이다. 땀흘린 시간 후에 가지는 휴식을 통해 뿌듯함과 자부심도 함께 누리자는 의미다.
청춘은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서두르지 말고, 겁내지 말고 자신을 위해 시력과 체력을 우선 충분히 활용해보자.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부딪쳐 경험해보자. 이제 시작이니 실수도 여러 번 할 수 있다. 괜찮다.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경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 자신을 알아주고 도와주는 시간을 쌓아가자. 축적의 힘을 믿어보자. 청춘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 출간 소식 - <나를 모르는 나에게>(책세상)
* yes24 : MD편집회의 엄선 신간 선정
* 교보문고 : 2017년 8월 탐나는 책 16선 / 오늘의 책(8월 8일) / 한권만 산다면 이 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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