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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유진 Oct 25. 2017

재능 vs. 근력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중에서..    


“타고날 때부터의 재능이 풍부한 소설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혹은 무엇을 해도) 자유자재로 소설을 쓸 수 있다. 샘물이 퐁퐁 솟아나듯이 문장이 자연스레 솟아올라 작품이 완성된다. 노력할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런 사람이 더러는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러한 타입은 아니다.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에게 샘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지 않으면 창작의 수원(水源)에 도달할 수 없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몸을 혹사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일일이 새롭게 깊은 구멍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생활을 오랜 세월에 걸쳐 해가는 동안,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고 단단한 암반에 구멍을 뚫어 나가는 일을 기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효율성 있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원이 메말라간다고 느껴지면 과감히 바로 다음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자연의 수원에만 의지하고 있던 사람은 갑자기 그렇게 하려고 마음먹어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공정함’에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71-72쪽)    


재능과 노력에 대한 성찰이 담긴 글이다. 마지막 문단에 대해 내 의견을 추가해보았다.  

1)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한 것이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맞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2) 그러나 가령 불공평한 장소에 있어도 그곳에 있는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동의한다. 가능하다.


3) 그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지도 모른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삶을 몹시 진하게 살면서도 표현은 참 연하게 하는 듯싶다. ‘들지도 모르는’ 정도가 아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아주 많이 든다.


4) 어쩌면 시간과 노력을 들였지만 헛수고가 될지도 모른다.

--> 실패할 수는 있다. 그러나 헛수고는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성장하고 단단해진다.


5) 그런 ‘공정함’에 굳이 희구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어떤가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낸 사람들은 ‘재능의 불평등함’을 인정하고 ‘종류의 공정함’을 희구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인 사람들이다.




재능이 별로 풍부하지 않다-고 할까, 평범한 작가들은 넓었을 때부터 자기 스스로 어떻게든 근력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훈련에 의해서 집중력을 기르고 지속력을 증진시켜 간다. 그래서 그와 같은 자질을 (어느 정도까지) 재능의 ‘대용품’으로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견뎌 나가’는 사이에 자신 속에 감춰쳐 있던 진짜 재능과 만나기도 한다. 삽을 써서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발밑의 구멍을 파 나가다가 아주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비밀의 수맥과 우연히 마주치는 그런 경우다. 이런 경우 정말 ‘행운’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그 같은 ‘행운’이 가능하게 된 것도 그 근원을 따지면 깊은 구멍을 파 나갈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근력을 훈련에 의해서 몸에 익혀왔기 때문인 것이다. (125쪽)




소설가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괭이를 손에 쥐고 부지런히 암반을 깨고 구멍을 깊이 뚫어 가며’ 자신만의 샘을 찾아 나가는 삶. 훈련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가능성을 키워가는 삶. 무라카미 하루키 말처럼 이런 삶에 가치를 부여하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물론 개인의 재량이다. 개인의 재량이라는 말은 곧 ‘선택’의 문제라는 뜻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 나도 그렇게 믿는다. 근력을 키워가며 자신만의 샘을 확장해가는 삶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심리학에서도 입증한다. 실력을 결정짓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선택한 분야에 대한 오랜 시간의 연습과 의도된 훈련(deliberate practice)이다.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올바른 선택과 끈기다.



*Home - 하유진심리과학연구소

*Mail - grace@hainstitu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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