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우리는 살다 보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곤 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궁금해집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지는 것이지요.
어디에 사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지금 무엇을 할지, 요즘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가장 크게 웃는지, 오늘은 왜 슬퍼 보이는지,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지 세세한 것까지 다 궁금합니다. 궁금한 점을 알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을 멀리서 관찰하기도 하고, 그를 잘 아는 사람에게 살짝 물어보기도 하지요. 얘기를 나누다가 직접 물어보기도 합니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궁금한 점을 알아가며 난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들면 드디어 고백을 합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고백을 듣고 싶은가요? 어떤 고백이 멋지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지금껏 들어본 가장 멋진 사랑 고백은 이것입니다. 잭 니콜슨과 헬렌 헌트가 주연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라는 영화에서 나옵니다.
작가 멜빈(잭 니컬슨)은 청결에 대한 강박증세가 심한 데다가 냉소적이고 괴팍한 성격입니다. 그런 그의 삶에 단골 식당의 웨이트리스 캐럴(헬렌 헌트)이 들어옵니다. 세상에 마음을 닫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기까지 하던 멜빈은 캐럴로 인해 타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대화를 나누고,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며 도와주는 노력을 기울이는 변화를 겪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지요. 자신의 변화를 인지한 멜빈은 스스로도 뿌듯하고 기쁩니다. 이 모든 것이 캐럴 때문인 것도 깨닫습니다.
어느 날, 멜빈은 캐럴에게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떻게 말했을까요?
"You are so beautiful(당신은 정말 아름다워요!)?" 혹은 "I love you(당신을 사랑합니다)?", "Would you marry me?(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주인공 벨킨은 좀 다르게 말합니다. 두 눈을 바라보며 진심에서 나온 말을 전합니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You make me a better man."이 아니라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입니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합니다." 이런 말입니다.
"나는 당신을 많이 좋아하는데,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말이지요.
어떤가요?
뭉클했습니다. '그래,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고 누군가를 아끼고 좋아한다면 이런 마음이 드는 거지!' 싶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상대방에게 무엇이든 받기보다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인데, 주고 싶은 게 '더 나은 나 자신'이라니 영화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합니다. 당신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멋진 사랑 고백입니다. 이런 사랑 고백을 할 대상이 있다는 것도, 누군가 때문에 이런 소망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감동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싶어 구체적인 내용은 적지 않았습니다. 혹 아직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궁금해진다는 말,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지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궁금한 내용을 하나라도 더 알아가려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지요?
사랑이 동기가 되고 힘이 되어 "당신 때문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당신 때문에 내 안에 있는 좋은 것을 발휘해 보겠다는 용기를 내보려 한다"라고 전하는 다짐과 고백이 멋지고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요?
동의한다면 한 가지 더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누군가'를 '나'로 바꾸어서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요즘 '너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마음도 많이 듭니다.
이 말은 물론 나 자신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껴주라는 말,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히 괜찮다고 수용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궁금해지고 알기 위해 애쓰듯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궁금해하고 나 자신을 알아주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고 나를 이해해 주는 것이지요. 나에게 지금 이대로도 좋은 부분은 무엇인지도 알아주고, 조금 더 노력하면 좋을 부분,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도 함께 알아주며 자신을 돌보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누가 뭐래도 나를 인정하고 믿어주며 점점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 그런 나를 고마워하는 것, 이것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를 위해 좋은 옷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스스로 돕는 것이 진실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다'라는 마음만 있으면 지금 있는 자리에 계속 머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성장을 멈추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타인을 향해 '이렇게 괜찮은 나를 사람들은 왜 몰라주나' 하는 원망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의 폭을 더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볼까요.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가.
나는 나를 알아주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가.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 자신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랑 고백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성장해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네가 궁금해. 너를 좀 알아야겠어.
너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볼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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