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Thomas
일본은 50년대부터 블루노트 도쿄, 빌보드 라이브 오사카 같은 오래된 재즈 클럽과 재즈 바가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마일즈 데이비스, 엘라 피츠제럴드, 오스카 피터슨 하물며 존 콜트레인 같은 거물들이 정기적으로 공연했고 지금도 양질의 음반들과 훌륭한 공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문화, 예술도 물과 같아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이제까지 한국의 재즈씬은 음반, 평론, 공연, 아티스트 평가 등 일본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아왔고 현재에도 공연, 음반 분야 등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70년대에 본격적으로 일본의 라이선스 음반 수입 및 Swing Journal 등 일본 잡지 기사와 평가, 그리고 이런 상황을 중심으로 계약한 국내 음반 라이선스 유통 등으로 자연스럽게 한국 평론, 기사, 애호가들도 일본의 음반 취향을 따라가게 되었다.
전세계 국가별 재즈 시장 규모는 대략 미국이 35%이고 영국이 15%, 프랑스가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이 일본이 25%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다. 한국은 약 7%의 시장규모이지만 예전에는 규모가 더 작았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나 일본에서는 Bud Powell이나 Bill Evans, Oscar Peterson 그리고 Keith Jarrett 등에 편중되어 Hampton Hawes는 실력이나 미국에서의 평가보다 비교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일본에서 인기 있던 재즈 아티스트 위주로 음반이 들어왔고 잡지나 아티스트정보에서 한국에서도 Hawes의 정보가 많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Hampton Hawes는 Bill Evans와 같은 위치에서 평가해야 된다 생각된다. 그의 All Night Session! 3부작과 Hampton Hawes Trio 3부작, Four! Hampton Hawes!!!!, For Real!, The Sermon, The Green Leaves of Summer 등 50년대 중반에서 60년대 중반까지 만들었던 음반들은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다. 실제로 Hawes는 미국 재즈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다큐멘터리나 책(그의 자서전 Raise Up Off Me)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으며 미국 재즈 잡지(DownBeat, JazzTimes 등)에서 그의 기사는 꾸준히 나오고있다고 한다. 또한 음반 재발매도 활발하고 세계 최대 온라인 음반판매 사이트 Discogs 데이터에 따르면, 그의 앨범은 미국에서 중고/재발매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일본에서 다른 피아니스트 보다 잡지 (Jazz Japan, Swing Journal 등)에 기사량이 현저히 적으며 검색에 있어서도 비교적 적은 편이다.
St. Thomas는 Hawes의 주요 레파토리 중 한 곡이다. 그의 대표 음반 중 하나인 The Green Leaves of Summer에도 수록되어 있고 76년에 공연했던 실황 음반 Something Special에도 수록되어 있다. The Green Leaves of Summer음반을 추천했으나 Something Special 음반과 비교해서 들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Hawes 또한 마약으로 중독과 수감이라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다행히 재활에 성공했고, 다시 전성기를 회복하는 시기의 음반이 The Green Leaves of Summer이다. 64년에 녹음/발매되었던 이 음반에 참여했던 베이시스트 Monk Montgomery는 기타리스트 Wes Montgomery의 형으로 당시 재즈에 일렉트릭 베이스를 도입하는 몇 안되는 연주자였고 이 음반에서도 일렉트릭 베이스로 연주했다. Something Special은 76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Douglas Beach House라는 작은 콘서트 홀에서 진행되었던 공연으로 Hawes의 블루스적 제스처와 비밥 기법의 발달된 표현력 그리고 무엇보다 생동감 있는 프레이징의 특징을 잘 살려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이 마지막 공연 녹음으로 1년이 조금 안된 77년에 Hawes는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했고 이 음반은 Hawes 사망 후 거의 17년 뒤인 94년에 발매되었다. 두 음반 중 선곡에 대해 고민하다 같은 트리오 구성이어서 두 곡을 비교해 보았다.
먼저 The Green Leaves of Summer음반의 St. Thomas는 소니 롤린스 원곡보다 약간 여유로운 템포로 서부 해안 특유의 밝고 맑은 색채가 살아 있으며, 라틴 리듬의 싱그러운 뉘앙스가 깔려 있다. Steve Ellington은 라틴적 하이햇 패턴과 심벌 워크로 경쾌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Monk Montgomery 베이스는 저음이지만 통통 튀는 명확한 음색으로 리듬의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오래 전이지만 그래도 당시 스튜디오 특유의 정밀한 사운드로 Hawes의 리릭컬한 면모와 리듬감이 또렷하게 전해지는 등 재즈의 즉흥연주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컨트롤된 흥겨움이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반면 Something Special의 것은 스튜디오 버전보다 다소 빠르고 거칠며 더 스윙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차분한 라틴 넘버라기보다는 즉흥적이고 날카로운 하드밥에 가까운 성격을 보여 주고 있다. 즉흥적 드라이브가 강해 현장에서 몸으로 즐기는 느낌이 살아 있으나 드럼은 클럽의 울림 때문에 심벌 톤이 크게 들리고, 베이스는 스튜디오처럼 명확하진 않아 소리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Hawes가 청중을 상대로 흥을 돋우며 즉흥적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으로 스튜디오 버전의 절제와 대비되는, 불완전하지만 살아 있는 열기가 중요 매력 포인트이다. Something Special 뿐만 아니라 이렇게 잘 만들어진 공연 음반들을 듣고 있으면 나도 그 현장에 있고 싶은 허황된 바램과 상상까지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