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Leaves
Bill Evans Trio의 Portrait in Jazz에 수록된 Autumn Leaves는 1959년 12월에 녹음해서 1960년에 발매되었다. 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Chet Baker와 함께 만나는 연주자가 Bill Evans인데 연주도 훌륭하지만 재즈계의 쇼팽으로 불릴 정도로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실제로 Bill Evans의 부모님은 동유럽 출신의 이민자들이고 특히 어머님 조상은 국가는 다르지만 폴란드 출신의 프레데릭 쇼팽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어릴 때부터 그쪽 지방의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한다. 평생을 재즈 연주를 했지만 대학 전공은 클래식이었다.
Bill Evans의 이 특별한 감성에 더해 이 연주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로 스탠더드 한 피아노 트리오 구성에 있다. 피아노는 반주의 역할도 하지만 색소폰이나 트럼펫과 같이 리드 악기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익숙하게 들어왔던 악기이며, 3명이 연주하는 트리오 구성은 너무 단순하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아 편안하고 안정되게 감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다.
연주를 들어보면 잠깐의 간주가 나오고 바로 익숙하게 들어 친숙한 Autumn Leaves의 메인 테마가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흥겨운 스윙 리듬으로 시작한다. 메인 테마라고 해서 모든 Autumn Leaves가 다 똑같지 않으니 Bill Evans Trio만의 연주를 느껴보는 게 Jazz만의 즐거움이다.
길지 않게 메인 테마가 연주되면 Scott La Faro의 베이스와 Bill Evans의 피아노가 서로 짧게 주고받으면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서로 몇 마디씩 연주를 한다고 약속만 하고 나머지 연주는 즉흥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Evans와 La Faro의 개인적 역량으로 피아노와 베이스가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음악적 주제를 공동 창조한다. 감성과 기술뿐만 아니라 지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예술적 성과를 만들어낸 결과물로 재즈 트리오의 방향을 바꾼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피아노와 베이스가 연주를 주고받다가 드럼이 등장하면서(베이스와 피아노가 주고받는 연주를 할 때에도 아주 조금씩 드럼은 연주되고 있다) 드럼과 베이스는 다시 전체적인 리듬을 연주하고 그 위에 Evans의 자유롭고 너무나도 감성적인 연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후 La Faro의 베이스 솔로가 잠시 이어지고 다시 메인 테마로 끝을 맺는다.
Miles Davis의 Kind of Blue는 재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음반 중 하나이다. 전통적인 재즈는 복잡한 코드 체인지를 기반으로 조성(key)에 맞는 즉흥 연주를 전개한다면 모달 재즈는 모드(선법, mode)를 중심으로 즉흥 연주를 전개하는 스타일로, 기존 조성(Key) 체계에 확장을 더해주어 음악적 표현의 시야를 넓히는 관점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앨범에 Bill Evans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Bill Evans는 Miles와 함께한 시간은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밴드의 유일한 백인 멤버로서 일부 청중들로부터 역인종적인 편견에 직면하기도 했고 Miles에게도 좋지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든 면에서 지쳐있었다고 했다. 이후 자신의 트리오를 만들어 Portrait in Jazz를 포함해 Explorations과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 Waltz for Debby는 초기 Bill Evans Trio의 Riverside(음반사) 4부작 명반을 만들어 냈다.
Bill Evans Trio의 베이시스트 Scott La Faro는 1961년 7월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Evans는 이 트리오를 통해 전통적인 피아노 트리오의 역할 분담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터플레이를 시도했으며 La Faro의 혁신적인 베이스 연주는 이러한 상호작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 Bill Evans는 그의 죽음 앞에 슬픔의 충격이 너무 커 한동안 무감각한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Portrait in Jazz 속 Bill Evans Trio의 Autumn Leaves는 초 가을의 향이 느껴진다. 지루한 한여름의 더위가 지나가고 점점 높아지는 청명한 하늘 아래 천천히 구름이 흘러가고,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일고, 봄과는 다른 설렘의 색감으로 물들여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