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도 습관이니까
ㅡ드디어 다 읽었다. 참 재미있다. 편안함의 습격.
사람은 본디 움직여야 하는 동물이다.
그 교훈이야 다 알지만
카우치 포테이토. 소파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긴가?
하루를 짚어보자. 토요일이라 뭉그적거리다 8시 직전에 산책을 나섰다.
먼저 고기 굽고, 국을 준비해 놓았다.
평일보다 늦은 시작이라도 주말이면 언덕배기까지 올라갔다 와야지.
길을 나서면 그 목적지를 줄이고 싶어 지는 건 본능이다. 매번 가는 길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에 땀샘이 터지기 시작하면 의지가 줄어든다.
개운하지만 땀이 나기 시작하면 찝찝한 느낌도 오니까.
몇 번의 오르막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마냥 멈칫거렸다.
그래 주말이다. 급하게 처리할 일도 가야 할 곳도 없다. 내 약속이 제일 중요했지라며
약 75분가량의 언덕배기 산책을 마쳤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할 만했다.
동네 뒷산이 다시 보인다.
멀리 보이던 산이 내 발 밑으로 어찌 생겼는지를 알아가니 동네가 더 넓어진다.
내 밟는 곳이 내 땅 아닌가.
편안함의 습격이 준 교훈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말라는 것.
러킹하라.
러킹을 우리말로 풀면 군장하고 행군하라는 것. 누가 좋아하겠냐마는.
어쩌다 고러킹 가방과 비슷한 것을 메고 걷는 이를 봤는데. 그도 이 책을 읽었는가.
순록을 사냥한 작가가 쓴 글을 읽다가
2/3 가량을 읽다가 내려놓은 세이노의 가르침,
자신을 사냥하라는 책이 떠올랐다.
사냥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세이노의 가르침을 책상에 올려놓았던 PT코치가 생각난다.
엄청나게 열심히 잘 살라는 현자의 교훈이 머리를 때렸다.
이미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 않나?
이삼 년 전에 그 책이 각광을 받았던 것도 지금처럼
각자도생이 화두라서 그런가. 몸도 마음도 인생계획도 네 하기 나름이지.
세상은 잘못 없어.
잘못은 더 열심히 달리지 못한 네가 한 것이다... 과연?
다시 불편함을 권장하는 책으로 돌아가자.
짐을 들고 산을 올라야 무릎 관절에 좋단다.
군필자 많은 한국에서는 러킹이 별로 환영받지 못했다는 뉴스를 검색했다.
게다가 '군장무게' 아이들을 업고 베이비하이킹클럽 영상이 떴다.
아이를 키우느라 집에 갇힌 엄마들이 마음껏 외출하면 좋다는 것.
어쩜 책과 통하는 내용이라 신기하다. 다들 비슷한 것을 읽고 비슷하게 실천하고 사는 걸까?
오후에는 기쁨이를 데리고 30분 거리에 숲 체험 장소를 다녀왔다.
거미줄도 헤치고, 나비도 만나고 밤도 줍줍.
아 가을엔 밤이 떨어지는구나.
우리 단지 단풍나무는 아직 새파랗다. 낙엽색깔과 어울리지 않게스리.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계절감을 느끼려면 깊은 산에 들어가야 하는 걸까?
작년만 해도 저 나무가 빨갛게 참 예뻤는데. 괜한 생각일지도.
토요일에 억지로 많이 움직여서였을까?
간만에 아라레 언니에게 소환당해서
소화도 못할 소주 반병에 겔겔하다 기력이 달려서일까? 직화낙지는 참 맛있었지만.
일요일부터 엄습한 우울감이
쉬이 달아나지 않는다.
간만에 월요병을 핑계삼아서
초코크런키와 감자스틱을 씹으며 애써 텐션을 끌어올려 본다.
이번 한 주도 무사히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