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급히 출발하느라
채 개지 못 한 빨래는 소파 한가득
우리를 기다렸다.
명절 일정을 끝내니
어머님 곳간을 털어 온 반찬도 트렁크 한가득.
땅콩조림, 멸치고추볶음, 김치,
오이소박이, 진미채, 간장쥐포볶음,
대추 한아름, 달팽이가 함께 온 상추도 한 봉.
제사는 지내지 않지만
하시던 대로 전을 부치시고
먹을 만큼 덜어가라 하셨다.
하행길 정체가 하루반나절이었는데,
안 챙겨 오길 잘했다.
오는 길은 남편 숙소를 들리느라 경부고속도로를 타서일까 평소보다 정체된다.
졸음쉼터 여자화장실에 대기줄도 낯설구나.
밤톨이를 맡아주신 엄마집으로 가서
아래층 마트서 공병수거도 했다.
언니네랑 엄마표 탕국과 잡채에 맛난 저녁 먹으니
저녁이 되었다.
삼각형 전국일주를 하던 게 언제지,
추석 당일 미뤄놓은 일을 해치우는 여유가 다 생기네.
비 오는 추석은 어색했다.
올라가는 밤 내려오는 낮
부슬비와 안개가 낯설다.
그래도 상다리 휘는 반찬과
좋은 일만 있을 거야라는 덕담과
동서와 맥주 캔 부딪히며 행복하자 외치는
어머님.
풍성히 준비해 주신 삼시 세 끼는
사랑이고.
잦은 비에 누전된 보일러는
명절전날 사우나 갈 핑계.
집에 가는 길
경주휴게소에 들러
부슬비를 만났다.
해피 말처럼
비가 다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