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 꿈이 많아도 두려워요
회피
두려움
무서움
네 감정은 내게 암호 해독과 같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멧돼지가
나타나면 내 목숨은 멧돼지 먹이 몫이 될 뿐이다.
운명일 뿐이고.
네 불안도 막연한 미래에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가 널 먹어치울 때.
그 감정은 다 멧돼지라 생각하자.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앞길에 멧돼지가 나타나면 그때 생각하자.
왜 멧돼지냐고?
오전에 기쁨이와 해피를 두고 혼자 한 시간 이내에 다녀오리라 마음먹으며 오른 언덕배기 초입에서
친절한 등산객을 만났다.
저 위에 멧돼지가 헤집어 놓은 데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 강아지가 함께 있으니 괜찮으려나.하는 첨언까지
아빠가 부재하였으니 길게 집을 비우고 싶지 않아서
목표한 곳의 절반 정도에 되돌아왔다.
늘 다니던 산길이라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다.
낯설어 보이는 흙무덤이랄까
비가 내려 바뀐 지형일지라도
괜스레 멧돼지의 흔적인가 두려움에 떨었다.
밤톨이는 때마침 청설모인지 다람쥐인지
기척에 흥분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당황하기 일쑤.
익숙했던 길이 낯설어지니
시간도 더디갔다.
하필이면 할인 마트 할머니께
멧돼지가 종종 내려오곤 했었던 마을이라 들은 것도 떠올라 두려움은 배가 되었다.
결국 멧돼지를 만나지 못했다.
산길 내내 마음 속
불안
두려움
공포만 만났을 뿐
비둘기자리를 대신한 까마귀를 벗하며 내려왔지.
그래 이곳은 산속 아래 마을.
이런 생각들이 꽉 차서일까
마음을 채운 갑갑함과 무기력증이 다소나마 잊혔다.
내가 요 며칠 힘들었던 이유는
날마다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는 해피를 보며
과거의 그때가 떠올라서였다.
또 그러면 어떡하지
다시 또 그때로 돌아가면 안 되는데
이걸 막으려면 뭘 더 어떡했어야 할까.
하지만 뭘 바꿨다고 해서 이리되지 말란 법도 없다.
넌 결국 그만큼 힘들었다는 뜻이다.
이리 반추를 멈추는 것도
여러 전문가로부터 훈련받은 결과.
반추와 자책 금지.
다만 네 초예민한 기질과
현실의 초 잔인함을 인정할 것.
그럼에도 무너지는 일상에
나는 우릴 지키고 싶다.
무사히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이번 한 주가 또 다른 고비라 여겼다.
여지없이 일상이 깨지고 예전의 상처가 건드려진다.
그럼에도 그때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네가 보인다.
그것은 큰 희망이다.
스스로 상황을 개선해 보려 한다.
며칠 전에 넘어진 바람에 오른 손목이 아프고 왼쪽 겨드랑이께가 아프다 하여
월요일엔 동네 외과에서 다녀왔다.
화요일에 다시 통증을 호소하여 아침에 더 큰 정형외과서 엑스레이를 찍으니 뼈에 실금은 없다.
그날 퇴근 직후였던가 조퇴한 네가 또 증상을 호소하여
급히 너와 기쁨이를 차에 태워 인근 응급실을 갔다.
차분히 자신의 모든 증상을 요약한 네게
그곳의 의사도 딱히 해드릴 것은 없다고.
그럼 진통제라도 놓아 주시겠어요..
집에 오는 길
응급산 수액이 진정제인 것 같다는 너.
그래 그거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수요일은 너무 아프다는 너.
오후에 학교로 할머니가 갔는데 응급실을 가자하니 할머니도 당황하신다.
일하다 중간에 양해를 구하여 널 만나러 학교로 갔다.
위클래스 샘도 필요시 약이 없느냐 물었다.
마음 주치의도 그날따라 휴무.
집 근처 의원은 문을 닫았다.
조금 가까운 가정의학과로 가 진료를 받고
염증에 좋다는 수액을 맞았다.
목요일 아침 서둘러 마음 주치의를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여
필요시 약 2종을 처방받았다.
그날 오후도 학교를 가겠다기에 몇 시간인가 있었던가 하교시간이 다되어 걷지도 못하겠다기에
할아버지가 데리러 갔다.
또 응급실행을 주장하는 너에게 전화로 물었다.
비상약이 어디 있냐
넌 정신도 없고 모르겠다 한다.
우선 집으로 가면 약이 있으니 먹어볼 테냐....
약효가 발동하니 멀쩡해지더라는 너.
할머니가 집으로 널 보러 가니
밤톨이 산책도 했고 친구도 만났다며..
금요일은 위클래스 샘만 만나자. 했지만
굳이 굳이 반 친구들에게 자기가 멀쩡하다고 얼굴을 보여주고..
그날 오후는 외가에 있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데이트 하고 기타도 치고
토요일은.. 우리 오랜만에
인생네컷찍고
일요일엔
스카를 간다는 너.
다음 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