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음. 그리고 함께 하기 | 그녀의 전남친과 미련
내가 바라는 대로 행하여도 도에 어긋남이 없는 상태를 공자는 예순에 이루었다고 한다.
나도 내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내 몸과 마음을 해치지 않고
사회에 유익한 행동을 하는 때가 올까?
너무 큰 꿈이지만 계속 꾸어야만 하는 꿈이다.
인격완성을 위해서 이 생에 온 것은 아니겠지만
태어나서 얻는 것도 나아지는 것도 없이
생을 끝낸다면 보람도 없고 후회만 남을 것 같다.
어떡해서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마음은 누구에게나 푸근하고 넉넉해지고
몸은 멈추어 있지 않아 날렵하고
머리는 깨어있는 내가 되고 싶다.
학기 시작 전에 너는 상담이 필요하다며.
누구와 상담하고 싶은지도 정했다.
담당 의사는 도움이 되지 않고 공부만 강조하는 샘도 별로란다.
작년에 인근 기관에 상담 선생님이 좋다.
올해부터 다른 구에 위치한 센터로 가셨지만 그리로 갔다.
하교 시간 이후로 예약했다. 알바시간과 겹치기에 네 외할아버지에게 SOS.
아빠는 흔쾌히 나서 주신다.
방학에 두 번.
이 달에 두 번.
다음 달부터 월에 한 번.
그간의 경험 덕분일지,
한계가 오기 전에
스스로 터널 끝, 빛으로 걸어갈 의지를 불태우는 너.
많이 좋아지고 있나? 희망을 걸어 본다.
네 생일 있는 올해 여름을 지난해 나는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던지.....
너도 마음 튼튼한 어른이 되어 가는 게지.
나는 좋은 등대 같은 어른이 되고 있는가?
생물학적 나이야 어른이지만
내 마음 나이가 어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네 긴장감은 학기가 시작되면 잦아들고
방학이 끝나기 직전 커지곤 했다.
불안함의 진폭이 줄어들었고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새 학기 시작에 불안이 커지는 걸까?
시작해 보면 예상한 것보다 별 거 아닌 걸로 여겨지는 것일까?
다행히 지금까지는 조퇴가 두 번.
조퇴하고 싶을 때에는 언제든 그러라고 미리 허락을 했고,
담임 전화에 답을 했다.
그래 넌 잘 지내주었다.
그럼에도 매 방학마다 반복되는 네 긴장의 근원이 무엇일까?
여기서 또 멈춤.
난 갸웃갸웃
방학에 더 많은 학원을 가야 할까?
기숙학원 같은 델 갔더라면 긴장을 못 느낄까?
아님 더 큰 학업 스트레스를 받아올까?
그때 살던 곳에서 지나치게 멀리 이사한 걸까?
모든 결정이 철없이 내 중심적이었을까?
나도 혼자 서야 한다고 느꼈지만.
다소 벅찼다. 지금도 가끔 그렇다.
감기하나에 위장이 멈추고,
신체활동을 해도 체중은 늘었다.
팔꿈치에 염증이 생기고, 입안이 헐었다.
대단치 않고 중병도 아니지만 노화로 인한 약간씩의 불편함을 견디기 힘든
건강염려증이다.
타고난 체력의 그릇도 작다.
나는 나를 알아가는데 참으로 긴 시간을 썼다.
너는 그 시간을 줄여서 사는 동안
더 의미 있는 시간과 삶을 가지길 바란다.
그래 이마저도 과욕이지.
이렇게 내려놓는 게 안된다.
내 운명이 향하는 방향과 같거나 비슷하게 가는 인생 계획을 세워야 했다.
결국 크게 조정했고 우리는 삐걱대며 살아간다.
혼자 살아도 자신 의지와 운명을 맞추기 쉽지 않은데,
같이 사는 삶은 그 어려움이 몇 배가 된다.
나와 우리의 운명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삶과 내가 바라는 나.
지난 학기에 전남친이 친구가 네 교실로 찾아와 대리 이별을 고했었지.
그 찌질이가 이번 달에 네 앞에 친구를 자주 찾아대어 너는 골머리를 앓았다.
멍한 여우같이 생긴 찌질한 전남친에게 미련이...
혹시라도 남는다면,
내가 꼭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마음이 허전해서 만나는 사람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혹여나 네가 살던 곳에서 친하던 친구가 많이 없어서 더 외롭게 느낄 것도 같구나. 미안하다.
하지만 말이다.
외로움도 습관이다.
외롭다며 멜랑콜리함에 빠지는 것도 스스로 만든 습관일 수 있더라.
어디에 있든 누가 곁에 있든 상관없이,
네가 너를 좋아하고
우리 안에서 충만한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
그렇게 우리와 네가 더 단단해져서
더 나은 네가 되고 싶게 하는 사람이 우연히
네 인생 경로에 나타난다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좋은 벗과 사귀고
더 멋진 네가 되길 바란다.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을 길게 이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적절한 예의와 충분한 표현.
나도 어려운 걸 또 네게 강요하였나 보다.
미안.
푹 자, 내딸 해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