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한 주를 보내고 싶다

가을 산책이 좋을 때. 계획은 깨져야 제맛

by 하이디김

가을이면 산책이 고프다?라는 제목의 글을 쓰려고 했는데, 다 늙은 부모가 기쁨이 유치원 운동회를 다녀와서는 일상 사수하기 급급했다.


엄마들 줄지어 서서 훌라후프 빨리 통과하기

아빠들 바람 잡는 특공대,

엄마 줄다리기에 이어

아빠 줄다리기까지.


기쁨이도 운동심리서 배운 유니바, 한라팀 백두팀 컵 뒤집기, 공 상대편으로 던지기 대결에 열심히 참가했다.


오늘 아침이 되니 미열이 37.7도까지 오르네.

안 그래도 어제 잘 때 머리가 아퍼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더니..


남편은 왜 이리 한숨을 많이 쉬냐고 물었다.

나도 부러 그런 건 아닌데..


일상을 영위하는 것만 해도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징후다.

나는 과연 내일 제때 글을 발행할 수 있을까?

아니, 한 주 무사하려나?

기쁨이가 일찍 든 낮잠을 길게 자고

푹 쉬고 완치를 바란다.




하긴, 무사하긴 할 거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한 주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지점.


이 불편한 지점을 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빅제이. 대문자 제이.


뼈속부터 계획형 인간의 괴로움.


예정된 한 주.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동 더 열심히 하자.

라는 목표였지.


급 서늘해진 저녁에 그그제부터 기쁨이 콧물이 조금 나더니..

토요일에 무리를 한 덕에 골골하며

일요일을 맞았다.


주초 일찍이 병원을 들러야 할 것이고

아침 운동을 못 가게 될 것이다.


안 간다고 벌금 무는 일정도 아닌데

혼자 잡은 계획이 이토록 쉬이 바뀌는 것에

나는

못내 섭섭하고 헛헛하다.


이래서 계획을 세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오랜 습관을 떨치치 못한다.


내려놓기, 放松。 그게 그리 쉬우면

이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며칠 전 여기서 알게 된 지인은,

너는 이제 여기서 계속 살 거야?

라고 물었는데 어째 당연하지!라고 나는 가볍게 대답 못했다.


그냥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면 다행인 신세다.

긴 계획이야 언제 세웠더라.


내 마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지금의 나.

내면을 찌르는 질문을 만나면 정신을 못 차린다.



모르겠다.



병원을 가면 약을 줄 것이고

약봉지를 챙겨 유치원을 가면

약기운에 몇 시간 버티기는 하겠지만.

결국 기쁨이 외할머니 손을 빌려서 이른 하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얼마 벌지도 못하지만

출근해서 자리를 꿰어 차고 있어야 하는 시간과

아이가 내 손을 필요로 하는 때가 겹친다.

참으로 언짢다.


그저 먹먹하다.

이럴 때엔 남편이 지근거리에 살면 좋기야 하겠지.

만일 그마저도 위급 상황에 닥치면

오롯이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



아, 아무 사고 없는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절절히.

그런 날이 저 멀리 있는 듯 느끼는 이런 때가

되어야만 이렇게 바들바들 떤다.

.




자는 기쁨이를 잠시 해피와 두고

밤톨이랑 저녁 산책을 다녀왔다.


한여름 산책이 게을러

실내 배변이 익숙해져 어쩌나 했는데.

개적응 잘하는 밤톨이,

며칠 되지 못해 아침저녁 산책마다 꼬박꼬박 실외 배변했다.


사계절이 자랑이라는 우리나라라지만 여름이 갈수록 숨 막히게 덥고 바깥에 나들이가 고문이니

여름 겨울보다 봄가을 길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푸념만 한다.


지금이 산책하기 가장 좋을 때.




편안함의 습격을 30% 남겨 두었다. 하이라이트 표시가 많다.


돼지 유전자는 없다.

이 교훈이 가장 길게 남았다.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우리들의 악습만 있다.

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긴 기간 익숙한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주말에 체력이 고갈되어 다 못 읽었다.


산뜻하고 고고하게 유익한 독서감상문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늘 그렇듯이 계획은 깨려고 세우는 것.


아쉽다.

바람잡는 아빠 특공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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