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8분 운동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다. 5시 20분 엘베 탑승. 어젯밤 떴다는 슈퍼하베스트문, 수확의 달과 오늘 아침 만난다.
수확의 달님이라는데
우리 해피, 딸에게서 들었는데 나만 직관. 찍었는데 늘 그렇지만 실물보다 못함. 아무리 카메라 기술이 발달해도 육안으로 보는 그 크기와 색감을 살리지 못하는구나.
그 달이 나를 따라오고 있음. 정말 큰 눈 같은 달. 평소에 다니던 단지 뒷길은 선택 못함. 어둡다. 발이라도 접지를까 저어된다. 다른 길이래도 밤톨이 쉬는 바로 성공. 어젯밤에 응가를 두 번 했는데 지금 또 함. 놀라운 장이다. 내 장도 열일 좀 하면 좋겠다.
5시 27분 새벽은 아름답다. 놀이터는 음침하다. 낮에는 양지바르고 늘 지나는 곳, 빛의 마법. 달별달별. 달이 나를 지키다, 별이 나를 지키다 한다.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달별들이 있어 든든하다.
내 왼쪽으로 보이는 아파트에 뜨문뜨문 켜진 불들 덕에 철도박물관이 연상되었다. 철도 박물관에 하는 그 쇼, 검색해 보니, 디오라마. 딸내미 해피랑은 셀 수 없이 갔고, 둘째 기쁨이도 두 번은 데려갔었다. 디오라마를 보는 자리는 늘 빽빽했고 또 봐도 재미있었다. 뿌뿌.. 밤이 되었습니다하며 조명이 꺼지던 모형 열차와 랜드마크들......
5시 39분 바람개비 동산 코스 진입. 평소보다 늦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무서움을 떨치려 해도 해가 없어 더 어두운 골목길과 그 덕에 더 빛난 별들이 좋다. 5시 20분에 엘베를 탔으니 20분 후 동산 코스에 진입했다. 여기서부터 낮은 오르막길이다. 매우 기대된다. 어둡지만 맑은 하늘과 빛의 마법. 엿새 닷새째 올 때마다 뷰가 다르니 좋구나.
예상과 다르다. 코스에 오르다 보니 산에 가까운 구름층은 더 두텁고 어두운 구름에 가려져 별님들은 바이바이. 5시에 나서는 산책은 거의 처음이네. 구름 사이 간간이 보이는 별들은 단아하고 청명하고 밝다.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형용사들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마음에 간직하려고 아주 크게 눈을 떠 본다.
오른쪽에 위치한 체육시설에서 90도 폴더 운동하는 중년 남성이 있었다. 주황 두건에 뜨악, 패셔니스타구나. 앞에 떠나온 분은 갓 같이 생긴 수제 모자를 쓰고 있었다. 분명 손수 만든 듯한 요상한 모양이었다.
종아리 근육 탄탄하신 한 분이 내 속도를 비웃듯 저만치 앞서 갔다. 내 안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얼마나 걸으면 말근육이 생길까. 나도 걸음을 재촉하자.
5시 51분 반환점에 도착.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기록.
6시 13분 다시 엘베 탑승
내가 바뀌어야. 네가 바뀌겠구나 하는 교훈을 아무 맥락 없이 얻으며......
자기 응가 봉지가 리드줄에 달려 있는 것을 보고 혀를 날름거리는 밤톨이, 고거 니 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