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못해, 두찜, 양꼬치도
입원을 하지 않았더라면 허벅지살이 서로 안 붙었을텐데.
멘탈 재구조화가 진행될 때 너는 처음으로 브로콜리를 입에 넣었다. 난 아직도 그 식탁과 공기, 그리고 네 표정이 눈에 선하다. 눈이 동그래지고 입도 동그래져서는 오, 맛있는 것이었네? 하는 듯.
그렇게 브로콜리, 시금치무침, 김치 그리고 오이, 등 채소 메뉴가 늘었다. 멘탈 붕괴와 재구조화가 말이 어렵지, 일상에서 나타난 변화는 소소하다.
지난 어버이 날 해피와 우리는 횟집에 갔다. 솟구치던 인정 욕구와 일정을 정리하는 게 보인다. 꼭 해내야 한다던 청소년 운영 위원회 회의 일정도 둘째로 미루고 학사일정을 앞에 놓을 줄 안다.
간만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랑 식당에 갔다. 해피는 만 13년이 넘어서 '밀치' 회맛을 알았다. 아이가 새 음식을 수용하는 순간은 참 드물고 기쁜 일이다. 입이 짧아졌던 네가 하나 새 메뉴를 추가했다.
이사오기 전 단골 국제갈비집이 불현듯 떠올른다. 소, 돼지, 닭, 양.
소, 돼지갈비나 삼겹살 그리고 양꼬치. 그때 우리 외식 장소들. 범계역 근처 양꼬치와, 비산동 근처 소고깃집과 돼지갈비집 그리고 안양중앙시장에서 직접 튀긴 돈까스.
어찌되었든간에, 그 때 집에서 널 간호할 수 없었을 거야. 해보지 않았으니까 모르는 소리 ?
스트레스로 복잡해진 네 작은 머릿속 갈등을 처리하지 못 해서 쓰러지곤 했고. 그 때를 되새기는 것도 내겐 너무 어렵다만. 넌 한동안 병동에서 만난 인연과 이름들을 자주 언급하곤 했는데 요샌 줄어둔 듯 하다.
열아홉번 째 입원했다는 고2 학생과
세 번째 입원할 때 중환자실에서 위세척하고 의식을 되찾고 병동에 들어왔다던 눈매가 최우식 닮은 학교밖 고2 아이를 기억한다
그곳에서 널 참 예뻐해주던 고 3언니 기억하니,
우리 집에 쿠엔크 색깔 컵을 사가지고 놀러왔었지. 쿠앤크 언니는 무사히 졸업하고 간호학과를 갔을까?
그 때 그 아이들을 보면서 얼른 낫기를 바라는 마음. 또 너의 미래에 대한 한없는 걱정까지.. 얼마나 가슴이 덜컥거렸던가.
이제서야 돌아보니 지금은 정말 기적적이다.
약먹어 하면 약 먹어 라는 말을 따라하며 먹는 우리 딸 해피.
병동에를 안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말도 곧잘 하고.
아니야 전문 인력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했다. 그만큼 응급 상황이었고.
중1 학기 초 3월에는 네가 TMI 였다고?그것도 일종의 병증이었을까? 원래 모습이 아니지 않나.
이세상 것이 아니었던 텐션에 윤밴 콘서트때 네 모습도.
필터없는 기쁨을 표현하고 보이는 것을 이야기했던 너.
약이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그건 무지의 소산이었다. 약에 대한 편견도 한 몫. 그로부터 삼 개월, 외줄타기하느라 괴롭던 너.
위클래스 샘께 아이좋아 서비스를 소개받아 의원에 다니고 약을 처방받았다.
약도 양도 바뀌는 곡절 끝에 지금 먹는 아동용 소량의 세 알 약이 우리 일상을 굳건히 세우고 네 마음도 네 몸과 화해하게 했다.
지금 내 걱정은 얼마나 소소한지.
허벅지가 서로 붙는다고 살찌는 걸 걱정하면서도 손에 든 초코크런키는 놓치지 않는 널 보며 걱정 반 고마움 반.
그래,
통통한 중2가 귀엽지. 아이돌 지망생 되겠다고 춤만 추는 마른 애들보다 니가 천배만배 이쁘다.
어느 순간부터 램플댄을 안하는 네게 이율 물었더니.
스스로 춤을 잘 못 추더라고 덤덤하게 말하더라.
어쩜 춤연습만 밤낮으로 하는 친구를 보니 기가 꺾이기도 했나.
하지만 말이다. 우리 집에서 저 재미난 춤사위를 끊이지 않는 다섯 살 기쁨이를 보고 좀 배우자.
니 몸 부림 춤 사위 그대로 예뻐.
그러니까 마음껏 엉덩이를 움직여,
니 마음에 드는 대로.
나도 남 눈치 안 보고 내 마음껏 지르듯이 발 뻗고 다리 뻗고 그럴래.
춤이란 건 좋은 거야. 마음도 춤추게 하니까.
남눈에 들려고 참는 건 고문하는 거 아닌가? 우리 그러지 말자.
연휴가 길었고 매일 외식이나 배달이 한 번 씩이다.
워터파크 다녀온 날은 두찜,
다음 날은 걸어서 양꼬치 집을 갔다.
그 다음 날은 아빠 기프티콘으로 늦은 밤 치킨을 시켜 먹었다.
기쁨이와 엄빠가 자전거로 거북이놀이터를 다녀 오는 길에 해피가 시킨 마라탕 점심까지.
짜고 달고 칼로리는 매우 높았던 긴 연휴.
허벅지 두께 그 한계는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