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잘 정리해야 다음이 있고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너가 내게 다가오면 그저 공감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것도 복이겠지? 멀지 않은 곳에 전문가가 친구처럼 언제든 손 내밀고 싶은 온기를 품은 사람이라는 것.
올해 새로 부임한 위클래스 샘이 건네는 말마다 새기고픈 게 많다.
우린 대체로 스트레스나 고난을 스스로 골방에서 처리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다보면 나아지기까지 시간은 길어지고 상처는 곪았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인지하라고 바다 위 떠다니는 부표처럼.
이 지점은 넘어서면 안돼.
그땐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하자.
우리는 모두 한계가 있다.
요리를 못해도 설거지는 해,
그럼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해피 아빠가 엄마보다 간을 잘 보고
식재료 선정을 잘 하니까, 그럴 때는 한 발 뒤로 물러선다. 운전대를 맡긴다.
설거지나 방 정리가 빠른 나는
바닥에 뭐든 보이면 치우기 바쁘다. 아빠는 그런 나를 '진공청소'한다고 놀리기도 한다만.
힘들어도 견딜만하니까 견디는 너니까 지켜보기.
힘들어하는 너를 보면 내가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올 수가 없으니, 얼른 거기서 빼 내주고 싶은 마음이 많다.
동생 기쁨이처럼 15킬로그램도 안 되면 달랑 들어 올려 안고 비오는 날 진흙 묻지 않고 새 신발 신은 채로 집에 깨끗하게 돌아 올 수 있는데.
너도 그렇게 키운 시간이 있어서 내 오지랖은 쉬이 어디 가지 않아.
그래도 곱게 얼굴에 쿠션을 치고 볼터치를 옅게 하고 등교길을 향하는 너를 본다.
같이 등교하는 친구 전화를 받으면 얼굴가득 귀찮은 듯 아쉬운 듯 멸치육수 덕에 간이 잘 된 계란찜을 뒤로 하고 현관문을 밀고 나선다.
고맙고 또 소중한 일상.
맞아. 위클래스 선생님이 모두가 아는 지혜를 상기시켜 준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힘들 수 있다.
네가 힘들다고 내게 손을 내밀면 나는 당장 그 무대의 조연이라도 되는 마냥. 돌진하자, 앞으로! 맞짱을 떠 볼까? 해대었지만 말야.
실은 네가 정말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물을 껄.
어떻게 도와줄까? 내가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다 그만두고 싶니? 당장이라도. 담임샘과 통화를 할게. 아니면 학교에 한 번 갈까?
너도 그럴 때는 네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이라 나는 그럴 때마다 횡설수설 혼자 적막을 채운다
옆에서 네가 네 감정을 바로 볼 수 있게 물어봐 주는 것. 그게 내가 기억해야 할 대처법이다.
네 깊은 곳에 숨겨둔 두려움, 공포, 괴로움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
충분히 기다리고 그렇게 이름지어진 네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
그것만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네게 가장 큰 힘이 된다.
아직 나는 지나고 나면 아차, 그때였지 하곤 하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느라 바쁜 올해 중2 해피.
북한이 중2 무서워 못 온다며.
올해 해피반 담임은 장난과 무례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쓴소리가 좀처럼 없다.
그래서 얄궂은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다.
자유와 방임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장난과 무례도 그렇다.
대부분 사제 관계에 지시와 복종이 당연시되니
오히려 존중 받으면 선을 더 넘으려는 아이들, 참 얄궂다.
관대하고 너른 품을 가졌으나 말빨이 서지 않는 담임을 돕는 학급임원이 쉽지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적 증상이 잘 생기는 편이라 수학여행 앞뒤로 코피, 눈 알레르기를 여러 번 앓길래 나도 바짝 긴장했다.
그래도 기쁨이가 어느 밤에 벌떡 일어나 스스로 화장실 가겠다는 신호를 준 것처럼,
너도 네 마음도 소리소문없이 다음 단계로 성큼 내딛고 있다.
더는 약을 까서 주지 않아도 스스로 챙기는 날이 늘었다.
하교 후 스터디카페가서 두 시간 자습을 꼬박 꼬박 해내는 해피가 저엉말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