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업 참관, 차담회, 검정고시국어

중학생, 유치원, 학교 밖 청소년

by 하이디김

학부모 공개수업가신청서를 챙겨 온, 우리 해피. 중학교 2 학년. 4교시 국어 수업을 신청했다. 해피가 추천한 과목이다.


선생님이 국어를 잘 가르친다며 추천한 과목이다만 안타깝게도 선생님께서 시험 기간이라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고 시험 기간 준비 수업을 보게 되실 것이라 귀띔을 해주신다.

그럼에도 나는 격려의 눈빛과 나도 바라던 바다. 하는 마음을 담아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한편으로는 왜 하필 시험 기간에 공개수업을 학교달력에 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식 없이 달력에 맞춰 수업이 진행되어 다행이다.


문득 유치원 연말 행사가 떠올랐다. 후다닥 퇴근해서 겨우 맞춘 시간. 온갖 번쩍이는 색상 의상을 여러 번 환복해도 힘든 티 없이 방긋방긋 잘 웃으며 춤추던 너.


그때는 그래도 학부모 수가 무대 위 너와 너희 친구들보다 많았는데 말이다. 중학교는 학부모 공개수업 참여하는 수가 현저히 적다.


나를 포함해 우리 반은 두 명의 학부모가 공개수업을 신청했다.


그마저도 다른 한 분은 3교시 그리고 나는 4교시라 아이들은 저마다 수업을 진행하고 뒷자리에 마련해 놓은 플라스틱 의자 하나.


조용히 참관했다.


선생님은 '잘 기억나지 않겠지만'이라는 소리를 거듭하며 아이들과 시험 기간에 나올 중점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고 보니 한 주 후로 다가온 우리 기쁨이 유치원 차담회 일정은 검정고시 국어 봉사활동과 겹쳐서 유치원에는 가지 못한다고 답을 보냈다.


어디 돈 벌러 가는 것도 아닌데 유치원 학부모 행사를 빠지자니 아쉬운 마음 든다.


지난 달이었더라면 나는 학교 밖 청소년센터에 전화해서 이차저차하니 빼거나 시간을 바꾸자고 제안했을 것도 같다.


고백하건대 지난달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해피도 나도 겨우 일상을 살아냈다.


그리고 나도 최근에 알게 된 나에 관한 사실인데 일상이 벅차면 가장 약한 고리의 우선순위를 가장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몇 주 전만 해도 나는 이 봉사 활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매주 활동을 하러 갔다.


전공은 영어인데...

내게 이 활동을 권유했을 당시만 해도 국어와 영어 멘토링 강사를 찾고 있었다고 들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퇴직 영어 선생님이 영어 멘토링 봉사를 해보겠다 용기를 내신 다음날 내가 연락을 했다.


내가 하루만 일찍 결심을 내렸더라면 영어 멘토링 강사를 했을 것이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센터를 향했을 텐데..


최근에 한우리 독서지도사 시험에 합격했고 정규 교육과정을 마쳤다는, 내가 느끼기에는 미흡한 이유로 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고등국어 공부를 돕게 되었다.


덧붙이자면 8여 년 전 베이징에서 대외경제무역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사로 서기 위해 연세대에서 한국어 교사 연수 과정을 이수한 이력은 있다. ( 전공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찔려서 시작한 자기 합리화, 길어진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 코 앞에 닥친 수업은 한글 맞춤법 그리고 중세 국어, 그 하품 나는 내용을 할 생각에 벌써 아찔하다만, 맑은 눈빛의 아이들과 함께 좋은 교재를 읽고 예상문제를 푼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준비하자고 큰소리쳐 본다.


좋은 글이나 교재에 나온 작가가 쓴 책이 보이면 같이 읽자고 책을 챙기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더 즐기는 눈치다.


책을 조금 더 많이 읽고 문해력이 살짝 더 앞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이 아이들 멘토를 자처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던 것도.


실은 다 핑계였다


내가 조금만 준비해 가면 아이들도 하나 더 얻어 가기도 하지만 이 활동의 진짜 의미는 엄청난 지식을 전수는 것에 있지 않더라.


나도 어느샌가 아이들과 이어져 있다는 느낌 그리고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 일의 우선순위가 한 단계 올랐다.


그리고 스리슬쩍 발을 뺄 수 있도록 한쪽 다리만 걸치고 있었던 날들을 반성한다.


아마도 나는 비전공이라는 핑계를 대며 언제든 그만둘 생각을 한 구석에 넣어놓고 전신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비겁했다.




비겁한 해피 엄마는 다시 중2 공개수업으로 돌아간다.


가치 소비는 지갑 속 투표용지와 같다는 제목의 글이 시험 범위에 포함된다며 서울 지하철역에 달콤 창고 사진이 실린 교과서를 티비화면으로 뛰워놓고 선생님이 나눠준 학습지의 빈칸에 공정무역 의의 등을 초성 힌트와 퀴즈를 맞추며 아이들은 또박또박 받아 적는다.


초등학교 시절 공개 수업은 꽤 시끌벅적했고 두어 번 부모에게 발표를 시킨 기억도 난다.


어느샌가 입시를 준비하는 최전선에 나선 중2 아이들 국어 수업.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빈칸에 정답을 따라 적는 수업에 익숙해 보였다.


그것은 어쩐지 슬펐다.


그래도 엄마가 왔다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수업이 끝나자 '엄마에게 소개해 줄 친구들이 있어'라며 예쁜 네 친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이름도 알려주는 너.


점심시간을 앞두고도 일층 현관까지 나를 배웅해 주는 우리 해피덕에 잘데기없는 상념과 잡념은 날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같은 반에서 네 골치를 썩히던 아이들 이름을 예전만큼 들먹이지도 않는다.


이 정도라면 학부모 공개수업 참관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도 되지 않을까?


다음 주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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