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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Dec 29. 2022

아들의 졸업식

2022.12.29

  이 날이 오긴 오는구나.

졸업이 실감이 안 나는지 아이는 잠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집 안을 돌아다닌다.

'너도 그러니? 나도 실감이 안 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 앞을 왔다 갔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가 이제는 나보다 키가 커지고 손도 발도 다 커졌다. 목소리는 높은음, 낮은음, 얇은 소리, 굵은 소리를 한 번에 내는 신공을 발휘하는 아이. 얼굴에는 오돌토돌 여드름이 올라왔고 콧잔등엔 거무스름한 수염도 제법 올라왔다. 행동은 아직 어린아이 같은 너.

그런 아들이 졸업을 한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부모 중 한 사람만 졸업식 참석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런. 말도 안 된다. 단 한 번뿐인 초등 졸업식을 한 사람만 봐야 한다니.

속상했지만 학교의 방침이라니 따를 수밖에.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원피스도 입었다. 강당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부모들과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의 얼굴에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시작도 전에 이게 뭐람.

  아이의 졸업식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준비한 게 참 많았다. 축제구나.

  난생처음 아이에게 감사장을 받았다. 전국탐방 부분 감사장이란다.

'귀하는 자녀들을 데리고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약 100번 정도의 여행을 떠나고 장장장장장거리 운전을 하여 자녀들을 기쁘게 하였으므로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아이의 멘트에 빵 터졌다.

장장장장장거리 운전상. 이 상은 남편에게 줘야겠다.

  

  아들은 한 달 전부터 공연을 준비했다. 어릴 적 드럼을 쳤던 탓에 난타 공연의 팀장이 되었단다. 참 열심히도 준비한다 싶었다. 아들뿐 아니라 여러 아이들이 준비한 댄스공연, 오케스트라 공연, 통기타 연주, 난타 공연까지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하며 즐거워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공연을 보며 여러 감정이 스쳤다.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어린 테가 없어진 모습에 애틋하기도 한. 뭐 그런 복잡 복잡한 감정들. 중학 생활을 위한 한 걸음을 떼기에 충분히 자랐다 싶었다.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마음만은 오래도록 함께하길. 초등 6년 동안 잘 지내줘서 고마워.

다가올 중학 생활을 멋지게 맞이할 너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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