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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라진 Feb 15. 2021

내 인생 자체가 예술이다

나와 남편은 성인이 되어 대학생 때 스웨덴에서 만났다. 그러다 보니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온 각자의 학창 시절이 궁금할 때가 있다.


프랑스 남부에서 태어나서 초중교까지 다니고, 스웨덴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남편은 참 이 주제에 대해 이야깃거리가 많다. 


프랑스 선생님들은 정말 엄해서 깍듯하고 예의를 다해야 했고, 숙제도 열심히 해가야 했다고 한다. (한 번은 학교에서 알파벳 M을 써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고 안 써져서 울었단다. 하하)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곧장 바다 또는 숲으로 달려가 해가 질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놀았다고 한다.

친구들과 떠난 보트여행. 가운데 귀요미가 내 남편-

이후에 스웨덴에서 고등교육을 받을 땐 너무 수업 분위기가 너무 자유로워서 처음엔 학교가 아니라 어디 놀다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단다. 기분이 너무 홀가분했다고. 


눈이 초롱초롱해져서 그때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추억거리를 나에게 공유해주는데, 그 모습이 참 천진난만하면서도 진정으로 행복한 추억으로 보였다.


어느 하루는 남편과 한참을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나에게 특히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트라우마와도 같았다. 정말 그때만큼 나 자신을 괴롭혔던 적이 없던 것 같다.


나 자신이 곧 성적이었고, 나의 하루하루가 그날의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했다. 세상은 참 넓은데 그땐 그 세상이 전부 인 줄로만 알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했던 어린 내가 참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마르셀 뒤샹은 변기를 뒤집은 작품 <샘>으로 유명하다. 중학교 때 미술 교과서에서 본 <샘> 작품은 너무 기괴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몇 달 전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을 읽다가 마르셀 뒤샹과 그의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알게 됐다.


당시 현대미술을 연 거장으로 칭호 받는 79세 뒤샹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예술가로 살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살아 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 작품들을 만드는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20대 초반만 해도 과거 학창 시절의 내가 불쌍하고 후회스러워서 원망한 날들이 많았다. 


종종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한다. 내 인생은 당신을 만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이 사람을 만난 이후부터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 만나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던 때의 우리 둘 -


나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은 아팠지만 또 그만의 색깔대로 최선의 예술 작품이었고, 내 인생의 예술 작품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금도 무던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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